(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와 물가 둔화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원화를 둘러싼 역외 심리는 '빨간불'을 나타내고 있다.

대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홍콩 시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도 다시 부각되면서 서울외환시장이 달러 매수 쪽으로 조심스레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17일 서울환시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한은의 금통위 이슈보다는 미국의 홍콩인권법안 추진에 따른 미·중 갈등에 주목했다.

금통위의 금리 결정이 발표되기 직전 중국 외교부가 미국의 홍콩인권법안 추진에 강력히 반발하는 뜻을 밝히면서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이 장중 7.10위안대까지 급등한 데 연동했다.

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협정'에 합의하면서 구축된 역내외 및 헤지펀드 등의 숏 포지션이 대거 정리되면서 달러 매수 쪽에 힘이 실렸다.

숏커버 분위기는 전일 통화선물시장에서도 감지됐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802)에 따르면 전일 외국인은 통화선물시장에서 달러 선물을 5천933 계약을 순매수했다. 오후에는 고점 인식 등에 매도세가 우세했지만, 오전 장중 한때 최근의 순매도 물량을 다시 사들이기도 했다.

한 선물사 관계자는 "홍콩을 중심으로 한 미·중 분쟁 등 대외 이슈에 따라 외국인이 달러-원 상승에 베팅했다"며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도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욱 점증하면서 전체적인 위험 선호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및 국내 경기 둔화 우려와 홍콩 사태 등으로 재부각된 대외 불확실성이 달러 매수 쪽으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대내적으로는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11월에 발표될 한은 경제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4월 연간 성장률 전망치에서 0.6%포인트나 급락한 수준이다.

IMF는 또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 상태에 있다면서 올해 세계 경제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A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는 "글로벌 경기 하강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이 아래로 가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협정에도 갈등이 완전히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고 홍콩 사태까지 겹쳐 무역 협상의 판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B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도 "전일 현물환 시장에서는 최근 흐름에 비해 비교적 강한 비드(매수)가 느껴졌다"며 "대내 성장률 우려와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11월 수정경제전망을 재차 하향 조정할 경우 달러-원은 다시 한번 강한 상승 시도를 할 잠재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C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소수의견 두 명이 나왔지만 한국 경제 지표는 개선된 점이 거의 없다"며 "향후 지표에 대한 기대도 불투명한 가운데 지난 3~4개월간 달러-원을 끌어올려온 펀더멘털 부진이 글로벌 달러화의 추세, 미중 무역협상과 어떻게 엮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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