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신주 고려한 최소 인수가격 1조1천억대

경영권 프리미엄 20∼30% 감안시 1조4천억∼1조5천억 이를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원 기자 =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입찰 일정이 내달 7일로 확정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매각 시 새로 발행할 신주의 가격을 최소 8천억원 이상 받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금호산업이 매각할 구주 가격을 포함하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투자자가 투입해야 할 자금이 1조4천억∼1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예비입찰에 참여해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 오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컨소시엄, 애경그룹, KCGI·뱅커스트릿PE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본입찰 안내서를 배포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산은 등 채권단이 협의해 최종 확정한 것으로, 투자자들의 인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매각 대상 지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6천868만8천63주(지분율 31%)와 새로 발행하는 신주로 구성된다.

전날 아시아나항공 주가를 기준으로 매각 대상 구주 가격은 3천655억원이다.

여기에 산은 등 채권단이 신주 가격으로 최소 8천억원을 받겠다고 방침을 정하면서 최소 기준 인수가격은 1조1천655억원에 이른다.

본입찰까지 주가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통상 20∼30% 정도 가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가격은 최소 1조4천억∼1조5천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

본입찰에서 이정도 수준의 가격을 써내지 못할 경우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산은 등 채권단이 신주 가격으로 8천억원을 제시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자금을 전액 회수하겠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직전 5천억원의 영구전환사채(CB) 인수와 8천억원의 한도대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업황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3분기에 한도대출 가운데 1천억원을 사용했고, 4분기에도 추가로 2천억원가량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8천억원이란 숫자는 영구CB와 한도대출 사용 금액을 합쳐 나온 것이다.

하지만 예비입찰 참여자들은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산은 등 채권단이 기존 채무를 회수하려는 차원에서 최소 신주 가격을 설정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신주 발행 대금이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채권단의 채무 변제용으로 활용될 경우 인수 이후 상당한 추가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지원금 상환에 거의 전액 사용되면 실제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용등급이 오르는 게 필수적인데 인수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 등 채권단이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채무 플랜을 제시하길 바랐는데 본입찰 안내서에서 제시한 조건은 좀 심하다"고 꼬집었다.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가 악화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하향검토대상)'로 사실상 시장에서 회사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태다.

다른 관계자는 "산은이 인수한 영구CB의 경우 롤오버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전액 회수하겠다니 좀 당황스럽다"고도 했다.

일단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본입찰 일정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만큼 예비입찰 참여 투자자들은 본격적으로 '주판알'을 튕겨야 할 상황에 맞닥뜨렸다.

IB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인수 부담이 커지면서 본입찰에 참여할지를 두고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될 것이다"며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다양한 옵션에 대한 고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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