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올해 아르헨티나 채권 시장에서 대량 손실을 겪은 프랭클린 템플턴이 대대적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본격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과 일본 엔화를 사들이겠다는 게 대표 펀드매니저인 마이클 하젠스탑의 설명이다.

하젠스탑 CIO는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우리는 수익을 포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후반기 투자를 추구하지는 않겠다"며 "이것은 10년만의 우리의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하젠스탑은 위험한 투자 형태로 굴지의 채권 명가를 일궈냈었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국가의 채권에 투자를 집중해 2천억달러에 달하는 국채 프랜차이즈를 세운 것이다.

그는 지난 2016년까지 놀라운 이익을 거두며 템플턴 글로벌 본드 펀드를 세계 최대 규모의 국채 펀드로 키웠다. 그가 예측하는 소수의 국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채무불이행 없이 가장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젠스탑은 우루과이, 가나,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의 주요 대출기관이 됐고, 정부 관계자들은 그의 투자를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왔다.

하젠스탑의 이런 전략은 올해 아르헨티나 페소화 베팅에서 철저하게 엉클어졌고, 대부분의 신흥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지난 8월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선언과 페소화의 달러 대비 30% 급락으로 페소화 표시 채권이 대규모 손실을 냈다.

현재 그가 운용하는 템플턴 글로벌 본드 펀드의 약 44%는 현금과 미국 단기채, 일본 국채 등이다. 이는 연초 36%에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일본 엔화 투자를 지난 10년간 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펀드 투자 비중을 40%까지 키웠다. 엔화가 세계적인 혼란기에 좋은 성과를 내는 안전자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거래와 미국 국채의 손실 등으로 펀드는 올해 들어 0.85% 손실을 냈다. 벤치마크 지수가 6.3% 상승한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성적이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720억달러였던 자산 규모는 최근 300억달러까지 줄었다.

하젠스탑은 "현재 걱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불안정성"이라며 "민족주의는 포퓰리즘과 경제적 불평등으로 국내 정치를 불안하게 하는 동시에 국가 간 마찰을 증가시켰고, 사회적 긴장은 베트남 전쟁 이후로 보지 못했던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우려했다.

그는 "선진국 중앙은행은 전례 없는 기간 금리를 낮게 유지해 투자자는 더욱 위험한 자산을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젠스탑은 엔화 이외에도 스칸디나비아 통화에 투자하고 미국 단기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 장기채는 매각할 예정이다.

그는 "글로벌 본드 펀드는 경기 둔화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벙커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형편없어진 자산을 덥석 사들이기 위해 현금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변화가 시작되면 포지션을 바꾸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런 전략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효과를 냈다.

하젠스탑은 "투자자에게 지금은 펀드를 수익률의 원동력이라기보다는 위험을 대비한 수단으로 마케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10년간 많은 투자 기회를 봤고, 특히, 신흥시장에서는 그런 리스크에 대한 대가를 얻었다. 이제는 다른 관점을 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ywk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1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