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런 일이 한 번쯤 터질 줄 알았다", "다른 보험사도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미래에셋생명(구 PCA생명)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제재했다는 소식을 접한 보험업계에서 이 같은 반응이 21일 나왔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 16일 제18차 회의에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미래에셋생명에 대해 증권 발행제한 2개월, 감사인 지정 1년의 조치를 의결했다.

미래에셋생명은 2011~2016년 변액보험 신계약비를 상각하지 않아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했다. 보험업 감독규정에서는 7년의 상각 기간 내에 신계약비를 상각하도록 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미상각 신계약비는 2011년 396억8천600만원, 2012년 355억8천200만원, 2013년 368억4천만원, 2014년 355억7천700만원, 2015년 297억5천300만원, 2016년 181억8천400만원이다. 총 1천956억2천200만원이다.

보험사의 사업비는 신계약비와 유지비 등으로 나뉜다. 유지비는 구계약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신계약비는 신계약을 위해 소요된 비용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신계약비를 자산으로 잡은 후 일정 기간 내에 상각해 비용으로 처리한다.

올 상반기 별도기준 미래에셋생명의 미상각 신계약비는 4천155억원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올 상반기 1천46억원을 신계약비 상각비로 비용 처리했다. 이는 영업비용이다. 따라서 신계약비 상각비가 증가할수록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고, 자기자본이 감소한다.

보험사 입장에서 자기자본 감소는 피하고 싶은 일이다. 보험사가 2022년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을 앞둔 탓이다.

IFRS17과 K-ICS가 도입되면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부채가 증가하고 자기자본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급여력비율(RBC)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금은 보험사가 RBC 비율을 유지함으로써 자본관리에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하지만 향후 K-ICS 등이 도입되면 RBC 비율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RBC 비율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는 자본관리 방식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도 힘쓰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제3차 회의를 열고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제도(LAT)에 따른 책임준비금 강화 일정을 1년씩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적립 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보험사 입장에서 책임준비금을 쌓을수록 부채와 당기비용이 증가한다.

또 금융당국은 보험사 재무제표에서 재무건전성 준비금을 신설하고, 이번 LAT 개선으로 감소하는 책임준비금을 재무건전성 준비금으로 쌓게 한다. 재무건전성 준비금은 당기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이익잉여금 내 법정준비금(자본)으로 적립된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문제를 유예할 뿐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는 반응이 많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도 그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보험사는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그래야 향후 IFRS17과 K-ICS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뢰받는 우량 보험사가 될 수 있다. (자산운용부 김용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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