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 이마트가 대표이사를 포함한 10여 명의 임원을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예고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낸 데 이어 3분기(7~9월)에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보이는 가운데, 이마트는 연말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한편, 이커머스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오후 신임 대표를 포함한 새 경영진 명단을 발표한다.

앞서 지난 18일 이갑수 대표는 교체 통보를 받고 주요 임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정기 인사까지 두 달 가까이 남은 시점에 후임 없는 이임 인사는 처음이다.

이마트 수장 교체설은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낸 후부터 흘러나왔다.

이에 하반기에 실적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 온라인 사업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3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자 조기 인사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개월간 6개 증권사가 제시한 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한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에 따르면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천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7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마트가 공시한 잠정실적을 보더라도 1~3분기 총매출액이 전년 대비 2.4% 감소한 11조688억원에 그쳤고, 오프라인 총매출 기존점 신장률도 마이너스 3.2%로 부진했다.

이마트는 9월 공휴일이 작년보다 2일 부족했고, 추석이 예년보다 앞당겨지면서 관련 매출 일부가 8월로 전이된 영향 때문이라며 부진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번 인사는 정용진 부회장이 느낀 위기는 훨씬 심각했음을 증명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전월 실적 리뷰를 받고 '남들보다 하루라도 빨리 조직을 재정비해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장 교체 후 내년도 사업전략을 포함한 모든 일정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온라인 쇼핑이다.

쇼핑 트렌드가 쿠팡 등 생필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이커머스 업체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매출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조 단위 적자를 감수하면서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이들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쇼핑몰 쓱닷컴의 새벽 배송을 시작하고 오프라인 점포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서 초저가 상품을 내세웠지만 당분간 투자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라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여기에다 삐에로쇼핑, 일렉트로마트, 부츠 등 전문점도 일제히 고전하고 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실적과 연결되는 전문점의 영업이익은 부진한 매장 정리 등 효율화 작업에 따른 비용 증가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올 4분기 주력 사업인 할인점 실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도 "가격할인 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비용만 증가한 데다,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채널과의 식품 부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뾰족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 실적 부진은 앞으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이번 인적 쇄신을 계기로 사업 전체를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이마트와 백화점 온라인사업부를 분할·합병해 쓱닷컴을 출범했으나 온라인사업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충성고객을 확보하느냐가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이에 대한 차별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사장 후임으로 외부 인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이나,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등 전자상거래 부문 전문가가 하마평에 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이커머스 업체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쓱닷컴만으로는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마켓컬리, 티몬 등을 인수해 빠른 시일 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충격 인사를 시작으로 이마트는 최근 10년 내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경영진들이 조직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2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