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과 GDP 갭률(GDP갭/잠재GDP) 전망치에 모순되는 점이 있어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한은의 예측대로 2.5%를 나타낸다면 GDP 갭률은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거나 마이너스폭을 크게 줄여야 하는데, 한은은 지난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갭률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달 발표한 8월 조사통계월보에서 "2020년에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GDP갭률은 현재의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GDP갭이란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잠재 국내총생산(GDP)을 뺀 값으로 경기 상태를 보여준다. 플러스(+)는 경기의 과열을, 마이너스(-)는 침체로 해석한다.



<잠재성장률 요인별 기여도 및 GDP갭률 추이>





한은은 해당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이 구조적 요인에 의해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빠른 생산연령인구 감소, 주력산업 성숙화,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인한 추세적 투자부진을 고려할 때 향후 잠재성장률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 2020년 중 잠재성장률은 기존에 2.7%에서 2.5%로 0.2%포인트 낮게 추정됐다.

이처럼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내년도 실질 GDP가 오른다면, GDP갭률은 이를 따라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게 자연스럽다.

한은은 내년도 실질 GDP 성장률을 2.5%로 전망하면서 올해(2.2%)보다 높게 제시한 바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내년도 성장 전망이 나아졌지만 GDP갭률이 마이너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엇박자라고 지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상, 하반기 GDP갭률이 올해 상반기보다 마이너스 폭 자체는 감소한다고 하지만 숫자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11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경제성장률도 조정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IMF나 대부분 기관이 내년 성장률로 2.2%, 2.3% 보는 만큼 그 정도까지는 시장의 반발이 별로 없겠지만 L자형 성장보다 더 안 좋게 본다면 다음 카드를 결국 쓴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언급한 만큼 내년도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은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잠재 GDP는 추정치로 불확실성이 높은 수치다"며 "통계 모형도 여러 가지고 연말에 잠재성장률이 살짝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재 GDP 하락은 2001년부터 추세적으로 길게 보고 얘기한 것"이라며 "2019년과 2020년 두 개 년도만을 두고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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