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DLF, 과도한 은행 영업 지적 동의…시장 관행 고칠 것"

하나銀, 지성규 행장 지시로 만든 자료 검사 직전 고의로 삭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도박으로 정의하고 손해를 본 소비자에 대한 은행의 배상비율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 직전에 DLF 관련 자료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KEB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를 예고했다.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DLF 사태에 대한 은행의 책임을 두고 성토를 벌였다.

윤 원장도 DLF 상품의 설계와 판매 과정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은행의 책임의 책임론을 꺼냈다.

그는 "DLF는 '갬블(gamble·도박)' 같은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금융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은행의 배상비율 등 DLF 판매를 둘러싼 분쟁 조정 절차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최대 배상률이 70%였지만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윤 원장은 "은행의 배상비율이 70%를 넘어갈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과거의 예를 따르지 않고 제한 없이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에 부당거래 개념이 있는 만큼 그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배상 비율을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하나은행이 자산관리(WM)사업단을 격상해 임원을 겸직한 이후 DLF 판매가 급증한 점을 지적했다. 연말 인사평가 기간에 DLF 판매가 집중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우리은행은 자체 연구소에서 독일의 국채금리 마이너스(-) 진입을 우려한 뒤에도 관련 DLF를 판매했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KPI(핵심성과지표) 등 잘못된 유인책을 통해 과도한 영업을 했다는 점에 동의하며 사모펀드 시장 전반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지도하고 내부통제 부실한 부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도 "(우리·하나은행의) DLF 판매에서 내부 통제의 취약성이 결정적이었고 KPI 등 잘못된 유인을 직원들에게 부여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배상의 기준에서 단순 판매 시점에서 발생한 문제뿐만 아니라 체계의 문제가 있었다는 관점에서 연결하는 문제를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이 일반증인으로 출석했다. 임원들은 은행장을 대신해 혼쭐이 났다.

특히 금감원의 검사를 앞두고 DLF 관련 자료를 삭제한 KEB하나은행에 의원들의 비난이 거셌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의 자료삭제가 고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자료는 지성규 행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전수조사 파일 2개였다.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 행장의 현황 파악을 지시해 만든 손해배상 검토 관련 전수조사 파일이 삭제됐다"며 "금감원이 파일을 발견하기 전까지 끝까지 은닉했다"고 설명했다.

함 부회장은 DLF 파일 삭제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만 이번 DLF 사태에 대해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평생 영업을 한 사람으로 판매직원이나 PB에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며 "직원들이 손님들 손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사에 협조하고 판매한 직원들의 아픔도 보듬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참고인으로 DLF 피해자가 등장하자 국감장은 한때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에 1억원을 가입한 피해자는 원금손실 가능성을 듣지 못한 채 예금상품으로 소개받고 가입했다며 흐느꼈다.

우리은행의 경우 위례지점에서 투자자의 성향분석 설문조사를 고의로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 원장은 별도의 검찰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일종의 도박 테이블에 잘 모르는 투자자들을 초대한 것과 다름이 없다. 자신의 돈이 판돈이 됐다는 것을 모르고 수수료를 뜯는 구조에 들어갔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은행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뼈저리게 반성을 한다고 하지만 언어유희나 사치에 불과하다"며 "당사자들에게는 일상을 건 일이라는 점을 유념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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