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마패와 유척. 조선시대에 암행어사가 암행에 나설 때 품고 다니는 물건이다. 그리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까지 5박 7일 동안 미국 뉴욕과 워싱턴 D.C.에 머물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Fitch)의 최고위급 관계자에게 선물한 것이기도 하다

홍 부총리는 징벌의 상징인 '마패'와 20cm 남짓한 놋쇠자를 뜻하는 '유척'을 왜 선물한 것일까.

방점은 유척에 있다. 유척은 지방 수령들이 백성들에게 나눠 줄 때는 작은 됫박, 군포 등 세금을 걷을 때는 큰 됫박으로 속임수를 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활용됐다. 공정함이 키워드다.

국제신용평가사에 '있는 그대로' 국가신용등급 등을 평가해달라는 홍 부총리의 마음이 담겼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홍 부총리도 S&P와 피치를 만나 "정부 목표치인 (올해) 2.4% 경제성장률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최근 소비와 고용 측면에서 회복세라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들 신용평가사를 제외하고 홍 부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알자단(Mohammed Al-Jadaan) 재무장관에게도 마패와 유척을 선물했다.

여기에서 방점은 마패다.

사우디는 잘 알려졌다시피 왕족 국가다. 왕족 입장에서는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항상 경계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감시하고 부정이 발견되면 엄벌을 하라는 원칙을 건네준 셈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선물한 명패도 화제였다.

홍 부총리는 자개로 꾸며진 명패에 므누신 장관의 이름을 새겨 선물했다. 므누신 장관도 상당히 흡족했다는 후문이다.

홍 부총리의 선물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조만간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데, 한국은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는지 여부가 달려 있다. 아울러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도 이슈로 남아 있다.

모든 선물을 홍 부총리가 직접 고른 만큼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경제 책임자'로서의 바람이 묻어 있다는 평가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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