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조셉배 KKR 대표와 최근 회동…해외PEF 협업투자 첫 사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5천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곧 조성한다.

국내 금융지주가 글로벌 PEF와 협업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를 다각화하고 있는 신한금융은 KKR과의 협업을 통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그룹의 대체투자 비중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방한한 조셉 배 KKR 대표를 만나 공동펀드 운용방안을 논의했다.

총 5천억원을 목표로 조성하는 블라인드 펀드의 출자자(LP)로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그룹 계열사가 참여한다. 신한은행 등은 조만간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개별 출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운용사(GP)는 KKR이 담당한다. 하지만 모든 투자과정이 사전협의를 거친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동투자다.

본격적인 펀드 운용은 내년 초부터다. 향후 5년간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사모 대출 등을 활용한 여러 상품에 순차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약 2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KKR은 칼라일, 블랙스톤과 함께 세계 3대 PEF로 손꼽힌다.

KKR과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회장은 그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KKR을 비롯해 칼라일, 블랙록 대표와 회동했다. 특히, KKR 측의 러브콜로 1년간 논의를 이어온 끝에 지난해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맺었다.

당시 KKR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신한금융을 눈여겨봤다. 조 단위의 인수가 당장의 비용을 수반할 수 있지만, 오렌지라이프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높아 신한금융에 기여하는 수익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자산 규모만 30조원 넘게 늘어난 신한금융으로서도 자산운용 다각화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특히 5%가 채 되지 않는 그룹의 대체투자 비중을 향후 10%대 중반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계획도 KKR과 손잡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조 회장이 취임 이후 해외 PEF와의 협업을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8월에는 칼라일그룹이 조성한 크레디트 오퍼튜니티 펀드에 3천만달러(약 350억원)를 투자했다. 이 펀드는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북미·유럽지역의 일반 중견기업에 대출을 제공해 수익을 내는 펀드다. 해외 사모 대출 시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그룹 매트릭스 부문인 GIB에서 추진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한 조 회장은 자산운용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고경영자다. 그룹의 고유자산을 운용하는 매트리스조직 GMS 부문을 만들고, 인공지능에 기반한 신한 AI를 자회사로 신설한 것도 그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운용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선진 자본과의 제휴를 통해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도 그 때문이다.

금융권은 신한금융과 KKR의 공동펀드가 어떤 성과를 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KKR은 말이 안 되는 수익률 트랙 레코드를 가진 PEF"라며 "무엇보다 정보와 운용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 일반적인 해외 투자은행(IB)과 제휴와는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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