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시장 전문가 금통위원에 거는 기대
[데스크 칼럼]시장 전문가 금통위원에 거는 기대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10.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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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스카이대 출신의 50대 중후반 이상 남성 경제학자 또는 경제관료. 우리나라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일반적인 모델이다.

지난해 5월 임지원 JP모건 수석본부장이 금통위원 후보로 거론됐을 때 이런 일반적인 틀이 드디어 깨지는 거라 생각했다. 여성이라는 점보다는 금융시장 출신이라는 점이 신선하게 부각됐다. 외국계 금융회사 경력을 가진 금통위원은 있었지만, 20년 넘게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했던 시장 전문가의 발탁은 처음이라 의외이면서 여러 기대를 갖게 했다.

시장 출신 금통위원을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금통위가 경제학자 위주로 꾸려지면서 실물 금융이나 시장 상황과 동떨어지거나 틀에 박힌 의사결정이 너무 많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돈의 흐름과 시장의 생리를 잘 아는 현장 전문가의 금통위 입성은 다양성 차원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시장 전문가의 금통위원으로서 존재감은 생각보다 미미했다. 취임 때부터 "매도 아니오, 비둘기도 아니오, 원앙새라 불러다오."라고 하더니 그 틀에 스스로 갇혀버렸다. 금통위원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금통위 의사록에서 시장 전문가로서의 신선하고 차별화된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매파든 비둘기파든 성향이 불분명한 건 중립 의견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만의 도드라진 논거나 의견이 잘 안 보이면서 전문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그러던 임 위원이 얼마 전 열린 10월 금통위 때 깜짝 등장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내면서다. 강성 매파로 분류되는 이일형 금통위원과 한배를 탔다. 채권시장은 화들짝 놀랐고, 이후 시장금리는 급상승했다. 좀처럼 금리 조정이 멈추질 않으면서 금통위 소수의견 등장 여파가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원앙새의 틀에 갇혀 있는 듯했던 임 위원이 어떤 방식이든 제대로 존재감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임 위원의 소수의견 근거가 더 중요할 것이다.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서 단발성 의견인지, 정책 성향의 변화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내년 4월이면 한은 집행부와 임 위원을 제외한 4명의 금통위원의 임기가 만료된다. 한은 측을 제외하고 최고참 금통위원으로서 임 위원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초짜 금통위원들은 그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참고하려 할 것이고, 그가 하는 바에 따라 금통위 의견을 주도해갈 여지도 있다. 지난 1년여는 취임 이후 허니문 기간이자 적응 기간이었다 치고, 앞으로는 시장 출신 금통위원으로서 전문가적인 식견이 금통위 안팎에 제대로 전파가 되고 통화정책에도 비중 있게 반영될 것을 기대해본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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