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현장에 없었지만, 가장 많이 거명된 사람은 KEB하나은행장이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손해배상 대응과 파일 삭제에 은행장이 직접 개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계기로 은행과 투자자의 갈등이 일부 마무리되더라도 금융감독·수사 당국과의 갈등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시중은행 채용 비리 점검을 마치고 하나·국민 등 시중은행 2곳과 대구·부산·광주 등 지방은행 3곳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금감원은 당시 두 차례 검사에서 채용 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했다. 당시 하나은행의 적발 건수는 13건이었다.

이런 비리가 아니면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대한 사안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은행의 업력이 길고 회계·공시 관련 시스템 등이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처럼 법 위반사항이 나와 검찰 고발하는 경우도 드물다.

올해 하반기에 DLF 사태가 터지면서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역시 하나은행이 중심에 있다.

무엇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하나은행이 DLF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하나은행은 1차, 2차에 걸쳐 DLF를 전수조사해 각각 파일로 제작했다. 지성규 은행장이 지시해 만든 이 파일은 금감원의 DLF 합동검사 전인 지난 8월 초에 사라졌다. 금감원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찾아냈다.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는 지난 채용 비리 검사 때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금융보안원의 도움으로 하나은행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이를 복원해 사태를 파악했다. 이러한 과거 때문에 금감원은 DLF 검사에서 금융보안원과 함께했다.

거듭된 검사방해 행위에 금감원에서도 고의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앞서 복수의 검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하나은행은 담당자의 출장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누락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게 금감원의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마무리까지 수사 의뢰 등을 확정할 수 없지만, 자료 삭제가 한두 번이 아니기에 심각성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회에서도 일벌백계 얘기가 나오는 등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를 일깨워야 한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그는 "국감에서 국회의원도 제보자 보호를 강조할 만큼 하나은행에서는 조직 단속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은행의 경영진들도 관련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금감원 분조위 이후 투자자들도 하나은행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시민단체들은 내다봤다. 반면 하나은행은 검사 중인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하나은행을 형사고발 해 검찰에서 사실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자료 삭제는 심각한 소비자 기만으로 상품구조 및 대응에서 사기와 비슷한 범주로 봐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이미 금감원 중간검사 발표 때 수사 의뢰를 요구했고 최종검사까지 지켜볼 것이다"고 지적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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