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5%룰 완화, 국민연금 주주권 '제자리 찾기'
[현장에서] 5%룰 완화, 국민연금 주주권 '제자리 찾기'
  • 홍경표 기자
  • 승인 2019.10.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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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5%룰' 완화 그 자체보다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확대에 따른 두려움이 기업에 있습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경영계의 5%룰에 대한 반발이 최근 거세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근원적 거부감이 드러난 것으로 봤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된 이후 대량보유 공시의무제도인 5%룰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5%룰 완화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 활동 지원을 하려고 했으나, 경영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위원들이 국정감사에서 5%룰이 '기업 옥죄기'라고 비판하면서 정치권에서도 5%룰 논쟁에 뛰어들었다.

5%룰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상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관련 내용을 5일 이내에 상세 보고하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

반면 주식 등의 보유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이 아닌 경우는 공적 연기금은 분기마다 약식보고하면 된다.

금융위는 공적 연기금이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인 경우도 5일 이내에 약식보고하고,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은 없으나 임원 보수나 배당 관련 주주 제안 등 적극적 유형의 주주 활동은 월별 약식보고하는 것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공시 형식을 간소화하고, 기간도 늘린 셈이다.

국민연금이 코스피에 상장된 주요 기업의 5% 이상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5%룰 완화로 국민연금의 공시 부담이 줄게 됐다.

경영계와 야당은 5%룰 완화로 금융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의 기업 통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국민연금이 단순히 공시 부담 때문에 주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주주권에 제약을 받는 것도 문제다.

국민연금이 현재 5%룰 하에서 5일 이내에 상세공시를 해야 한다고 해서 주주권 행사를 못 했던 것도 아니다. 시간과 인력이 더 투입됐을 뿐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첫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때도 5%룰에 따라 공시했다.

연기금의 적극적 주주 활동을 통한 자본 효율성 제고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은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이사회 등 영업활동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 캘퍼스는 2004년 기업 실적과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의 퇴진을 이끌었고, 2011년에는 애플의 이사선임제도 개혁에도 나섰다.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는 기업지배구조체계 원칙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며, 배제리스트를 공개하고 기업과의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투자 기업에 기업가치 개선과 관련한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연기금, 기관투자자들과 연대한다.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자 국내 자본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벌'이라는 국내 기업의 특수한 구조 속에서 소수의 지분을 가진 '오너'가 기업경영을 좌지우지했다면, 점차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권리가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꽁꽁 싸매던 현금도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되고,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를 위한 전자 투표도 자발적으로 기업이 추진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도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 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5%룰 등 '허들'을 치우고,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장려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부 홍경표 기자)

kp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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