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쿠팡이 빠른 배송을 앞세워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급성장했지만 '한국판 아마존'이 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23일 '아마존과 쿠팡으로 본 유통 패러다임 변화' 보고서에서 국내 소매유통 흐름을 분석하면서 이같이 내다봤다.

한신평은 쿠팡이 아마존을 모델로 삼고 물류 혁명을 통해 한국 유통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중·단기적으로 시장 환경과 투자 여력 등에서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이 1990년대 중반 온라인 시장 초기 독자적인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했지만,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진입은 그로부터 10년 뒤에 이뤄졌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미 위메프, 티몬 등 다수의 경쟁자가 이커머스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업자들도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점차 어려워졌다.

지난해 아마존의 소매유통 시장점유율은 44.8%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비해 쿠팡의 점유율은 7% 남짓에 불과하다.

한태일 기업평가본부 선임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에는 다수의 이커머스 사업자가 물류 투자를 확대하고, 오프라인 대기업도 온라인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미국과 달리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는 아마존처럼 지배적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쿠팡과 아마존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은 비슷하지만, 사업구조와 투자 여력 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의 경우 전자상거래뿐 아니라 대용량 서버와 기술력에 기반한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35%)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프라임을 통해 제공되는 자체 제작 미디어 콘텐츠는 아카데미상을 받는 등 미디어, 오프라인 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온라인 유통 단일 사업만 펼치고 있다.

아마존은 또 설립 후 8년 만인 2002년 흑자로 전환한 뒤 초기 투자자금을 자체 창출 현금으로 충당하는 등 현금흐름의 안정성도 확보했다.

하지만 쿠팡의 경우 법인 설립 후 6년간 3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근접한 상태다.

한 선임애널리스트는 "단일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비용 항목 대부분이 변동비로 구성된 현 수익구조에서는 매출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효과는 더디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쟁력 유지를 위한 가격·판촉 정책도 지속할 예정이어서 흑자 전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수준의 매출 규모 유지를 위해서는 향후에도 수조 원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라며 "자체적인 수익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자금소진 이후에는 다시 한번 외부자금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편, 한신평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지속해서 저하되면서 신용등급 하향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선임애널리스트는 "소비패턴의 변화, 심화된 경쟁 강도 등 산업 구조적인 상황이 단기간 내에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거나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투자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 추가적인 등급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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