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 중앙은행 다수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은 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1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 9월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1년 만기 LPR은 4.2%, 5년 만기는 4.85%로 제시됐다.

중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 ▲무역전쟁 가운데 위안화 절하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 ▲부동산 거품을 부추긴다는 비판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CNBC방송이 23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난화 퓨처스의 쉬천시 픽스트인컴 선임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은 시민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만드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빠른 속도로 정책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은 실물경제로의 전달 매커니즘과 더 관련이 있다. 만약 실물경제가 이전보다 더 쉽게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거나 자금조달 금리가 떨어진다면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 시그널을 주는 데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투자은행 중국투자공사(CICC)의 홍량과 에바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10월에 LPR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은 더 중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 추세에 있어 통화정책에 제약 요인이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완화가 통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9월 중국의 CPI는 전년대비 3% 올라 6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9월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대비 69.3%나 뛰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댄 왕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단기금리를 급격하게 떨어뜨리지 않고 장기 금리를 낮추려는 노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물가가 6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랐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는 1.5%로 완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왕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 돼지고기 문제가 있을 뿐"이라면서 "통화정책을 제약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경제의 안정화 장치이며 이런 점은 중국 정부를 인정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 완화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원하지 않는 결과도 얻을 수 있다면서 중국은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재정 부양책에 나서는 동시에 통화정책으로는 국유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에 소기업 대출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JP모건 에셋매니지먼트의 차오핑 주 글로벌마켓 스트래티지스트는 "전반적으로 10월 금리가 바뀌지 않은 것은 중앙은행이 여전히 관찰 기간이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매커니즘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요인 역시 인민은행 정책 결정의 고려대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진행됨에 따라 중국이 기준금리 인하로 위안화 절하를 유도해 관세 충격을 상쇄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IU의 왕 애널리스트는 "지금 진행되는 무역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중국에 원하는 것은 환율을 더 절하하지 않고 안정시키는 것"이라면서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중국은 선의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m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4시 0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