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에 '경영승계·DLF 재발방지' 당부

금감원, 내년부터 신임 사외이사 교육 프로그램 시행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이사회가 그룹 경영의 중심을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3월까지 주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가 집중된 시점에 던진 금감원의 메시지인 만큼 이를 해석하려는 금융지주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금감원은 신한·KB·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금융지주 10곳의 사외이사들과 간담회를 했다. 각 금융지주에선 이사회 의장과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이 주로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금감원이 한국금융학회와 공동으로 발간한 이사회 운영핸드북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감원과 한국금융학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금융안정위원회(FSB),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등의 사례를 참고해 100페이지 분량의 이사회 운영 지침을 만들었다.

이들 국제기구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기가 재발하는 것을 막고자 금융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곳들이다.

핸드북에는 경영 승계를 위한 CEO 선임과 경영전략 계획의 수립, 성과보수체계 정비, 자회사 운영,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제기구나 선진국 가이드라인의 공통분모를 모아 사외이사들이 적절히 이사회를 운영할 수 있는 지침을 담았다"며 "핸드북 내용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중심을 잡아 경영에 참여해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과 사외이사들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같은 최근 현안에 대한 의견도 주고받았다. 또 이사회 차원에서 DLF 사태를 챙겨봐 줄 것을 금감원은 요청했다. 시장 전반에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그룹 차원에서 마련해달라는 취지다.

금융그룹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있는 금감원은 내년부터 선임되는 신임 사외이사를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그만큼 사외이사의 역할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이사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에도 9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서면조사한 뒤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조만간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자리를 마련해 이사회 중심의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할 계획이다.

금감원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IT나 소비자 보호 등 사외이사의 전문 분야 범주가 넓어지면서 경영 전반에 대한 교육 수요가 생겼다"며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사례처럼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독 당국이 컨설팅 개념의 지원을 강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은 개별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DLF와 관련한 검사가 진행 중인 데다 이달부터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CEO 교체 인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관치 논란을 피하기 위한 '로우키' 행보로 읽힌다.

대부분 사외이사는 간담회 직후 그룹 경영진과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해달라는 내용에 동의하면서도 금감원의 미세한 뉘앙스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는 "금감원의 메시지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이미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하는 내용"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는 내용이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사회 입장에선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