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월스트리트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와 관련 없는 사람이 해야 했던 일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의 설립자인 찰스 슈왑(Charles Robert Schwab) 회장은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자신의 신간 출간 기념행사에서 "수수료를 제로로 낮추겠다는 결정은 40여년 전 시작했던 여정을 완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찰스슈왑은 지난 7일부터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옵션거래의 온라인 거래 수수료를 없앴다. 캐나다 거래소에 상장된 증권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발표 당일 찰스슈왑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파격적인 조치다.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으로 수수료가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주요 수익원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슈왑 회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주식 거래 고정 수수료 시스템을 폐지했던 1975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1975년 수수료 개혁을 소규모 거래에 대한 수수료 인상으로 활용했던 대형사 메릴린치의 결정에 대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찰스슈왑은 물론 경쟁사들이 보통의 미국인에게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고도 회상했다.

1963년 다른 세명의 파트너와 함께 투자 지표와 투자 뉴스레터를 발간해 투자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슈왑 회장은 보통의 투자자에게 둔감한 대형 금융서비스 회사를 꼬집었다.

더 소규모인 인터랙티브 브로커가 수수료 없는 트레이딩 상품을 찰스슈왑보다 일주일 전에 선보였고, 민간 스타트업인 로빈후드 마켓이 2014년 이후 수수료 없는 트레이딩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번 찰스슈왑의 수수료 제로 결정은 주식거래 수수료 할인이라는 혁명을 선보였던 찰스슈왑에 걸맞다는 평가를 받는다.

찰스슈왑이 움직이자 온라인 경쟁사인 아메리트레이드, 이트레이드도 곧바로 수수료를 없앴다. 최근에는 대형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비슷한 무료 거래 대전에 동참했다.

사실, 찰스슈왑의 매출에서 거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로 크지 않다. 이미 투자자 계좌에 남아있는 유휴 현금을 투자해서 얻는 수익, 기관투자자 자산관리 수수료, 백오피스 서비스 등으로 매출을 다변화했다. 논란은 있지만, 시장조성자에게 스프레드 포착 기회를 제공해 이익을 얻기도 한다.

슈왑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객들이 1주 미만의 주식 일부를 살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에서는 찰스슈왑이 전체 주식을 산 다음 고객들에게 단수주를 할당하는 방법을 쓸 것으로 예상한다.

슈왑 회장은 "주가가 높은 아마존과 같은 기업에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특히 젊은 고객층을 유입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스톡파일 등 규모가 작은 기업이 이미 주식 부분 매수를 허용했지만, 주요 회사 가운데서는 찰스슈왑이 최초다.

1주당 1천달러가 넘는 아마존 등 고가주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보통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워진 세태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세기 내내 평균 미국 1주당 주가는 35달러 선이었다. 기업들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주식을 쪼갰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이상 지속한 활황장에서 많은 미국 기업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고, 특히 기술주는 3배, 4배 이상 올랐지만, 이들 기술기업은 좀체 주식 분할에 나서지 않았다. 주요 종목 가운데 주식을 분할한 곳은 애플 정도로, 손에 꼽는다.

2012년만 해도 S&P500에서 주당 1천달러를 넘은 기업은 없었지만, 지금은 아마존, 구글 모회사 알파벳, 온라인 여행사 부킹 홀딩스, 차부품 소매업체인 오토존, 주택건설업체인 NVR 등이 있다.

스트라테가스 리서치에 따르면 S&P500의 평균 주당 주가는 2000년 43.10달러에서 최근 131.40달러로 올랐다.

수수료가 없어지면 개미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단기 투자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수료가 내려가고 고가주 분할 매수가 가능해진다해도 이미 알고리즘과 큰 손이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뉴욕증시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소외됐던 보통의 투자자들이 더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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