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얼마 전 로또 1등에 당첨됐으나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전주에 사는 A씨는 로또 당첨금 실수령액 약 8억원을 형제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돈으로 식당을 개업했으나 곧 운영난에 시달렸고 당첨금을 나눠준 동생의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으나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나빠졌다.

그 후 형제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악화됐고 결국 그는 빚 독촉을 하는 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첨금을 나누며 행복한 삶을 살 것만 같았던 형제의 우애는 하루아침에 비극으로 끝맺음 됐다. 이외에도 로또에 당첨된 후 유흥과 도박, 사기에 빠져 패가망신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흔히 돈은 요물(妖物)이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 돈과 결부돼 살아가지만, 돈의 정체는 정말 파악하기 어렵다. 요행수로 얻은 일확천금이 도리어 삶을 망가뜨리는 둔기가 되기 일쑤다. 더 많은 돈을 좇아 하루하루 뛰어가지만 그럴수록 돈은 우리 곁에서 점점 더 도망간다. 돈이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삶의 무기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돈이 없으면 입을 것, 먹을 것도 구할 수 없고, 살 곳도 장만할 수 없다. 삶의 전쟁터에서 총알 없이 살아가는 것과 같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삶의 무기를 매일 장전한다. 그러나 그 무기가 과하면 때로 자신을 찌르는 흉기로 변한다.

그런 면에서 돈은 곧 칼이다. 인간관계를 자르는 칼이고 자기 삶을 망가뜨리는 흉기다. 친구,형제지간에 돈 빌려주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정이 딱해 빌려준 돈이지만 그 순간 빌려준 자와 빌린 자의 관계는 역전되고 결국은 단절의 운명을 맞기 마련이다. 로또 당첨된 A씨도 성격이 좋다보니 대출까지 받아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사달이 났다고 한다.

알다가도 모를 것이 돈이다. 돈은 없어도 문제지만 많아도 문제다. 일확천금을 얻어 갑자기 큰 부자가 되면 목표가 사라지고 탕진의 삶에 빠진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 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만족을 누리지 못하고 도박과 유흥에 탐닉한다는 것이다. 로또 당첨자들이 패망하는 원인이다.

돈의 어원은 돌고 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돈의 본질은 어쩌면 잘 지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헛된 욕심에 일확천금 꿈꾸지 말고 있는 돈이라도 제대로 지킬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오죽하면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자산관리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을까.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후에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노벨상 수상 경력의 로버트 머튼 교수를 불러 고령화 시대의 투자법을 강의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다가올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고 지킬 것인가. 성장의 엔진이 고갈된 우리 미래 돈 관리법의 화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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