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25명 위원 중 최소 7명이 QE에 반대

ECB 매입 가능 채권, 내년 말에 바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8년 임기 종지부를 찍는 회의가 막을 내렸다.

예상대로 ECB는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고 예정대로 11월에 양적 완화(QE)를 재개하기로 한 점을 재확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드라기 총재의 마지막 회의가 축하하는 자리가 되기보다 불쾌한 인상(sour note)을 주고 떠나기에 바빴다고 논평했다.

유로존의 경기는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고, 지난 9월 시행한 신규 부양책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ECB 당국자는 중앙은행 내 갈라진 이견을 어떻게 모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모두가 (크리스틴) 라가르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드라기 총재는 지난 9월 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기 단지 몇시간 전에 부양책 패키지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날 결정을 앞두고 사전 지원 활동은 없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당국자들은 의견이 나뉘어 실무적으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25명의 ECB 정책위원회 위원 중에서 최소 7명이 QE의 재개에 반대했으며 다른 몇몇은 의구심을 표명했다.

ECB 통화 정책 위원회 내부 직원들도 ECB의 막대한 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QE 재개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새로운 부양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마이너스 대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결정에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로버트 홀츠먼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신임 총재는 한 인터뷰에서 "전체 패키지를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홀츠먼 총재는 최근 부양책을 모두 지지하지 않았다며 금리는 플러스대로 돌아가야 하며, 추가적인 확장적 통화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안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ECB가 매입할 수 있는 유로존 채권은 내년 말이면 바닥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ECB는 미상환 채권의 3분의 1 이상을 매입해서는 안 된다는 자체 규정을 폐기하거나 은행채나 주식 등 다른 자산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는 이와 관련해 매입할 수 있는 채권 한도가 바닥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트마르 이싱과 위르겐 스타크 전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포함한 ECB 전 당국자들은 이달 ECB에 서한을 보내 중앙은행이 권한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유로존 정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에 따라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CB의 대차대조표는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40% 규모로 확대됐으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비중의 두배다.

드라기 총재를 옹호해온 비스코 이냐치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마이너스 금리가 가져올 역효과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월부터 ECB를 이끌게 될 크리스틴 라가르드 차기 총재는 이 같은 내부 논쟁을 한데 모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ECB의 정책목표와 QE와 마이너스 금리와 같은 정책 도구의 비용과 편익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검토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CB의 한 당국자는 "라가르드는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이 대립하지 않도록 정리하는 시스템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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