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는 진짜가 아닌 눈속임에 가깝다고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가 분석했다.

국제금융계의 석학으로 통하는 아이켄그린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가 예정대로 부과될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중국 차이신 기고를 통해 전망했다.

그는 먼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최대 500억달러어치 추가로 구매하기로 한 것은 이미 기존에 합의한 내용으로 특히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처럼 약속한 것은 중국의 이익에도 매우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금융사에 중국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 역시 중국이 자국 시장을 개방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또 "중국이 환율 관리 관행을 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것 역시 기존의 제안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의 자체는 무해하다. 그러나 위안화를 어떻게 관리할지 합의하는 것과 논의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합의의 대가로 10월15일로 예정했던 관세율 인상을 연말까지 늦췄지만 12월15일로 예정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결국 1단계 합의는 "협상을 계속하자고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2단계와 3단계 논의에서 상당한 진전이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려하는 기술이전이나 국가 안보 문제에서 어떤 움직임도 없으며 중국은 전략 산업과 국유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 양보할 의지도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맨'으로 부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합의해놓고도 멕시코 국경을 통해 이민자가 대거 유입되자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위협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관세가 언제든 다시 부과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을 막고자 계속해서 미국을 안심시키려는 '노이즈'를 내겠지만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아이켄그린 교수는 예상했다.

그는 "중국은 고대 문명이다. 중국은 '거래의 기술'을 발휘하기에 앞서 미국에서 믿고 협상할 수 있는 새로운 대통령이 나올 수 있는 향후 1년 반 정도를 더 기다릴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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