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모빌리티와 음원서비스,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의 사업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해 온 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대표되는 카카오가 지분을 매개로 손을 잡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둘러싼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통신사업자와 IT 업계의 대표 주자들이 한배를 타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가 금융회사인 미래에셋과 손을 잡고, 게임 회사인 넷마블이 렌털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카카오도 통신업계의 맏형 격인 SK텔레콤과 손을 잡으면서 ICT 업계의 이종 산업 간 합종연횡은 더욱 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통신과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와 미래 ICT 분야에서 강력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양사 지분을 맞교환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카카오가 발행할 예정인 신주 2.5%를 SK텔레콤이 인수하고, SK텔레콤은 자사주 1.6%를 카카오에 내주기로 했다.

맞교환하는 지분 가치는 3천억원이다.

기업들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지분을 서로 내주는 것은 사실상 피를 같이 나누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단순히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위해 양해각서(MOU) 정도를 체결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강력한 협력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양사는 '시너지 협의체'라는 상설 기구를 만들어 지분 맞교환을 통해 협력하기로 한 4대 분야의 협력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실행을 본격화한다.

이번 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협의체를 이끌기로 하면서 양사의 협력 체제에 대한 구속력을 높였다.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 맞교환을 통한 협력관계 구축 구도는 그간 경쟁 관계에 놓였던 각종 사업을 이제는 한 통에 몰아넣고 더욱 고도화한 상업과 서비스로 발전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적과의 동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통신 분야에서는 카카오톡 메신저 플랫폼에 SK텔레콤의 다양한 이동통신(MNO) 서비스가 탑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SK텔레콤의 로밍과 멤버십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하는 특화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쇼핑은 협력 관계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다.

카카오톡 내 '쇼핑하기' 서비스와 SK텔레콤의 11번가가 연계 서비스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1번가와 카카오톡 내 쇼핑 사업이 힘을 모을 경우 이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이 대폭 커질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 역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SK텔레콤 지상파와 함께 출범한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카카오페이지의 웹툰·웹소설 지식 재산권(IP)을 활용해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나설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누적 작품 수는 6만6천여개로, 누적 매출액이 1억원을 넘어선 인기작만 1천400여개에 달한다.

최근 들어서는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흥행 보증수표로 꼽히면서 양사 간 협업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

인공지능(AI) 플랫폼인 SK텔레콤의 '누구'(NUGU)와 카카오i간 기술 협력도 기대해볼 만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 영역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지속하는 한편, 신규 사업과 미래 사업 중심으로 힘을 합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등의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두 회사가 손을 잡은 데는 이러한 적잖은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 통 크게 이해관계를 같이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상당한 규모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분 3천억원어치를 교환한 것은 더 큰 미래를 그리기 위한 종잣돈에 불과할 수 있다"고 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천124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과 월간활성이용자수(MAU) 4천417만명의 카카오가 합쳐지면 다양한 사업의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초기 지분 맞교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수준의 협력 관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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