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과부하에 걸렸다. 지난달 접수를 마감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심사가 몰렸기 때문이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최저 연 1%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총 공급 규모의 약 3.5배가 넘는 70조원 규모의 신청이 몰리면서 소위 '대란'을 방불케 했다.

특히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비대면으로 접수하면 대출금리를 0.1%포인트 더 우대받을 수 있었던 탓에 전체 신청의 약 87%는 주택금융공사로 집중됐다.

이 결과 주택금융공사는 수십만건의 심사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커트라인인 주택가격이 2억원 대로 대폭 낮아지면서 업무는 다시 늘어났다.

한국감정원이나 KB부동산시세 등이 나오지 않는 지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빌라 등이 대부분인 만큼 별도의 감정평가도 필요하다. 더불어 대환 신청자가 근로소득자인 경우도 많지 않아 소득 관련 자료를 다시 요청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신규 대출 심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심사에 품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무 담당이 아닌 직원들도 심사업무를 맡게 됐다. 사실상 주택금융공사 전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심사 업무가 배분된 셈이다.

주택금융공사 노조 관계자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탈락한 수요자들이 보금자리론 신청에도 몰린 탓에 영업점 심사 인력도 여력이 없다"면서 "한달 정도 매달렸는데도 전체 대환의 7%만 진행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모두 예측 가능했음에도 사전 조치가 없었다는 점이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접수 초기부터 신청은 비대면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권 관계자들은 "지난 2015년 안심전환대출 당시 은행에서도 밤 10시까지 업무를 처리하는 등 업무가 과도했는데 주택금융공사가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럼에도 접수 마감까지 금융당국이나 주택금융공사 차원에서 인력지원이나 충원 등의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5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해당 문제를 지적한 데다 주택금융공사 직원들이 익명게시판에 내부 상황을 전달하는 등 사태가 불거짐에 따라 주택금융공사는 인턴 등 보조인력 약 200여명을 채용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또 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 심사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심전환대출 신청 당시 신청자가 실제 대출이 이뤄지는 계좌로 선택한 은행에서 심사까지 맡도록 하는 방향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신청을 비대면으로 하더라도 실제 대출은 은행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 계좌 등을 기입해야 했다.

다만 이런 방안을 바라보는 은행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결국 업무 부담을 전이시키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접수가 비대면 접수보다 적다고 하더라도 은행들 중에서는 본점 차원에서 직원들이 파견 나간 곳도 있다"면서 "중도상환 수수료 등 인센티브가 없이 업무만 분담해야 한다면 은행 차원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수요 예측에 실패한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권 관계자는 "단기보조 인력을 뽑는 것도 예산상 한계가 있는 만큼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며 "금융위가 애초에 주택금융공사 인력 등을 살펴보고 인력 충원 등의 방안을 세워놓은 뒤 진행했어야 하는 일인데 그렇지 않고 진행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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