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한화그룹에 이어 두산그룹도 면세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면세점 업계에 '승자의 저주'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다음 타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중견 면세점 가운데 추가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는 불길한 예상도 한다.

㈜두산이 29일 면세점 특허를 반납하고 서울 두산타워 내 두타면세점의 영업을 정지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업계에 따르면 두타면세점의 누적 적자는 63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두타몰과 흡수합병해 35억원의 흑자를 거두긴 했으나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타면세점은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돼 이듬해 5월 영업을 시작했다.

쇼핑의 메카인 동대문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두타면세점은 특허를 획득하기 위해 대기업들의 면세점 대전에 참여했다.

면세점 사업이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던 만큼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각종 특혜 비리에 얼룩진 진흙탕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두산과 함께 한화갤러리아면세점,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 HDC신라(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SM면세점(하나투어)이 새롭게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뒷말이 무성했다.

이에 정부는 이듬해인 2016년 4월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로 내주기도 했다.

시내 면세점 수가 6개에서 13개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고객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해외 관광객 증가로 면세점 매출은 급증했지만 그만큼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 등 지출도 늘어나면서 매년 적자 늪에 허덕였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면세점의 송객수수료는 6천369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매출의 40%까지 송객 수수료까지 지불하는 등 과열 경쟁이 벌어지면서 배(벌어들인 돈)보다 배꼽(수수료)이 더 커졌다.

지난 4월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철수를 결정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특히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의 틈바구니에서 신규·중소 사업자가 자리 잡기는 특히나 어렵다.

SM면세점은 2017년 275억원, 지난해 1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동화면세점도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기형적인 현재의 수익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다 해도 역마진을 견뎌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대형 면세점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연쇄 사업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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