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합의 12월말로 미뤄질 가능성도

정상급 아닌 '고위급'서 무역합의 성명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에도 먹구름이 꼈다.

미·중 양국은 당초 내달 16~17일 칠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1단계 미니딜에 서명할 계획이었다.

미국은 지난 15일 기존의 관세 인상 계획을 보류했지만, 12월15일 1천6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의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1단계 합의가 이뤄져야 관세 보류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APEC 정상회의 취소 소식에 백악관은 기존 시간표대로 중국과 무역 합의를 진행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더해 중국이 칠레 대신 마카오에서 정상회담을 하자는 요청했다고 폭스뉴스의 에드워드 로렌스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중 양국이 합의에 서명하기에 칠레가 상대적으로 정치적 중립 지대여서 적합했다면서 이제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은 30일(현지시간) 고객 노트를 통해 "칠레 산티아고가 배제돼 양측이 제3의 장소나 중립지대를 물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닛케이아시안리뷰(NAR)가 보도했다.

중국이 마카오를 제시했다는 소식이 있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훨씬 가까운 마카오에 방문하게 되면 이는 시진핑 주석의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협상에서 자신의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무역합의 서명을 바라기도 했지만 시 주석은 아시아 지역이나 제3의 장소를 선호한다는 이유로 이런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유라시아그룹은 1단계 무역합의의 시기를 두고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합의가 2020년으로 늦춰지거나 아예 결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 주석 모두 무역전쟁 확대로 인한 정치 및 경제적 위험을 피하고자 대화를 계속할 유인이 크다는 것이다.

유라시아그룹은 "사실상 APEC 회의에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70%로 봤다. 이제 연말까지 데드라인이 미뤄진 상태에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같은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대면하는 것이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평가했다. 2단계 합의를 위해서는 양국의 더 많은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그룹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조만간 대면하지 않으면 2단계 합의를 향한 진전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느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적합한 장소를 찾는 임무가 이제 양국 외교관들에게 달렸다면서 '정상급'이 아닌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무역합의 서명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컨설팅업체인 베다파트너스의 헨리에타 트레이즈 매니징파트너는 "APEC은 한 번도 미·중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이 없다"면서 "1단계 무역합의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대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 사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APEC 회의 취소가 미·중 무역합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 국무부에 컨설팅을 해주는 존 시티라이데스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으로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수출하겠다는 것과 미국의 지식재산권에 대해 중국이 보호를 크게 확대하겠다는 등 사실상의 합의가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백악관은 합의 지연이 중국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12월 관세 부과를 연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2월 말까지 미국과 중국은 공식적으로 부분적 무역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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