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가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열흘만에 누적관객수 250만명에 바짝 다가섰다. 부산을 시댁으로 둔 1982년생 여성 전업주부가 겪어야 하는 일상의 고통을 절창으로 풀어낸 게 흥행비결이다. 이 영화는 방송작가 출신인 조남주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소설도 이미 베스트셀러 반열을 넘어 스테디셀러 후보군에 진입했다. 이 땅의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육아독박'이나 남녀불평등의 무게가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방증이다.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여성들의 고통은 경제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육아독박'에 대한 항거가 '출산파업'으로 이어진 결과다. 합계출산율은 1.2명이 돼야 현재 수준의 인구라도유지할 수 있다. 1명 이하는 재앙이다.







국가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할 지경이다. 더 늦기 전에 국가가 아기를 책임지고 키워주는 의무보육제를 도입해야 한다.

의무보육제는 일자리 정책으로도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육아도우미 혹은 보육교사들을 대폭 늘릴 여지가 있어서다.0세 1대3, 1세 1대5, 2세 1대7, 3세 1대15, 4~5세 1대20인 보육교사 대 아동비율은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전문가는 물론학부모와 보육교사들도 보육교사 대 아동비율이 대폭 낮춰져야 아동학대 등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의 적정기준 마련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교사 1인당 0세의 경우 2.1명, 1세는 3.7명, 2세는 5.6명으로 전문가들은 현행 규정인 0세 1:3, 1세 1:5, 2세 1:7보다 낮은 비율이 적절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의 이상적 교사 대 유아 비율도 교사 1인당 3세는 10.8명,4세는 14.5명, 5세는 16.2명이 적정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현행 규정에 비해 3세는 4.2명, 4세는 5.5명, 5세는 3.8명이 작은 수치로 그만큼 보육교사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는 의무교육제를 통해 국가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의무교육 대상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 반값 등록금을 검토할 정도로 우리의 재정 여력은 충분하다.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비율은주요 20개국(G20) 중 19위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내년 GDP 대비 중앙정부 재정지출 비율은 23.38%로 G20 평균인 35%에 크게 못 미친다.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흑자국이다. GDP대비 부채비율도 39%로북유럽 선진국인 노르웨이와 덴마크와 비슷한 수준이다.국가가 보육을 책임져도 재정에 큰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당장 북유럽 수준의 육아 환경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좀 더 과감한 의무보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82년생 김지영'이 진 무거운 짐을 우리가 나눠져야 한다. 아이 울음이 사라진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나.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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