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키코(KIKO) 분쟁조정위원회를 앞두고 피해기업 단체와 금융당국이 만나 배상 가능성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과거 법원 판결이 지날수록 피해기업에 불리했던 모습을 되돌이킬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고조된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코로 피해를 본 4개 기업(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이 신청한 분쟁 조정은 이달 중으로 분조위 회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개최를 예고했지만, 조정 대상자인 은행의 조정안 수용 여부 등을 고려하면서 분조위 개최가 늦어지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키코 분조위 개최가 머지않았다고 시사한 상황에서 키코 피해자 단체와 금융위원장의 단독 면담까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키코 피해기업의 금융 활동 애로와 지원을 토로했다. 민관합동조사위원회 설치 등도 요청했다.

키코 사태에 은행들 책임을 물어 배상을 권고하는 조정안이 나오면 시간을 거스른 판단이라는 점에서 금감원과 조정위원들의 부담이 크다. 법원 판결이 지날수록 배상 비율이 줄었던 과거가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엠텍비젼 등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12년, 엠텍비젼 등 4개 기업이 키코 계약으로 본 피해에 대해 하나은행 등 3개 은행이 13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 비율이 60~70%로 사실상 처음 키코 피해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판결은 다음해 고등법원에서 은행 책임 비율이 30%로 대폭 낮아진다. 피해기업의 투자 책임이 더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 급변동은 은행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키코는 대법원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고 확정판결해 피해기업들이 대부분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했다. 키코 사태로 도산한 기업도 상당해 배상을 제대로 요구하지 못한 기업도 상당하다.

박선종 숭실대학교 교수는 "키코는 옵션거래지만, 기대수익 대비 기대손실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형식상 달랐다"며 "대형로펌과 금융 전문 변호사들이 은행을 돕고 그들의 상당한 로비력을 고려하면 힘든 싸움이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조위에서 이전보다 배상 비율이 높아지려면 상품구조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판매행위만으로 배상 비율이 높아지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키코 피해기업 조사를 더 한다고 해서 설명 의무와 불완전판매 정황 등에 새로운 것을 찾아내긴 사실상 어렵고 같은 현상으로 배상 비율을 높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며 "키코가 보험상품이 아닌 투자상품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논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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