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저성장과 고령화, 경기부양책 반복으로 한국의 국가채무가 일본처럼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 세계 최대 해외순자산 보유국으로 국가채무를 버틸 여력이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외환 기반이 탄탄하지 않아 예산확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한국의 통합 재정이 내년부터 수입둔화와 지출급증에 따라 적자 전환하고 오는 2023년에는 적자 규모가 5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이에 따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지난해의 35.9%에서 오는 2023년 46.4%로 5년 만에 10.5%포인트(P)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재정적자 급증은 일본 사례와 비슷하다.

일본 재정 적자 규모는 1990년대 이후 세수입 부진과 재정지출 확대가 겹치며 연 30조~50조엔으로 늘었다.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면서 일본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90년 66.1%에서 2018년 224.2%로 3.4배가 됐다.

한경연은 저성장에 따른 세수기반 약화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경기부양책 반복 등에서 한국과 일본이 닮았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의 연 4.6%대에서 1990년대 경기침체를 거치며 연 0~1%대로 떨어졌고 세수도 줄었다.

한국은 성장률이 2000년대 연 4.7%에서 2010년대 2~3%대로 둔화했고 오는 2026년부터는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저성장 심화로 소득세·소비세 등 재정수입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연금, 보건의료 등 공공복지지출도 대폭 증가했다.

일본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1970년 5.0%에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1994년 12.9%, 초고령사회가 시작된 2006년 17.3%로 상승했고 2009년에는 20%를 넘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빨라 2000년 고령화 사회, 2018년 고령사회가 됐고 2025년 초고령사회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도 2000년 4.5%, 2018년 11.1%로 일본의 고령화에 따른 지출 추이와 비슷하다.

한경연은 앞으로 고령화 진전에 따른 공공복지지출 증가가 재정지출 확대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일본은 경기침체 탈출을 위해 1992~2002년 경기부양책을 12회 실시하며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소비진작을 도모했지만 재정적자만 늘고 성장률 회복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재정이 총 136조엔 투입됐는데 이 중 59조엔이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투자에 쓰였다.

한국 역시 2013년부터 추경을 반복해 총 60조6천억원을 투입했고 정부총지출을 2017년 400조5천억원에서 2020년 513조5천억원으로 113조원 늘리는 등 재정을 확대하고 있다.

한경연은 다만 일본은 세계 최대 해외순자산 보유국이고 경상수지흑자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국가채무를 버티고 있지만, 한국은 정부 빚이 많아지면 대외신뢰도와 거시경제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인 엔화를 쓰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원화가 절하돼 외화표시 부채상환 부담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나라의 재정과 국가채무가 일본을 따라갈 우려가 있다"며 "우리가 일본처럼 정부 빚을 많이 지면 일본과 달리 대외신뢰도와 거시경제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추 실장은 "국가 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예산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투입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예산확대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