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오히려 장기금리가 뛰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자본확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기 후순위채와 영구채 등의 이자 비용을 고려하며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5일 연합인포맥스의 채권 시가평가 일별 추이(화면번호 4789)에 따르면 전일 10년 만기 은행채(AAA 등급)는 연 2.091%의 민평(민간신용평가사 평균) 금리를 기록했다. 전일보다 9.5bp(1bp=0.01%포인트)가 상승했다. 지난 5월 15일 이후 최고치까지 올라섰다.

지난 8월에 하순 저점이던 은행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상승세다. 채권에 대한 가격부담이 큰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위험자산 선호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장기 은행채가 금리 상승에 더 취약한 상태다. 10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지난 8월 말 대비 53.9bp가 높아졌다. 3년 만기 은행채는 36bp 올랐다. 둘의 사이인 5년 만기 은행채는 44.9bp 상승해 기간별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커브 스티프닝이 나타났다.





올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들은 장기 후순위채와 영구채를 통한 자본확충에 힘썼다. 작년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이를 통해 확충한 자본이 1조7천억원가량인데 올해는 벌써 3조원이 넘었다. 갈수록 강화할 수 있는 규제 비율에 대응하고 지주사 몸집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 조달금리의 표준으로 인식되는 은행채 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융지주들의 자본확충 계획에도 고민거리가 더해졌다.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추가해주는 영구채·후순위채는 중도상환(콜옵션)을 고려하더라도 5년 이상 구간의 금리 수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이 대다수 1년 내외의 자금을 조달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장기채의 금리가 더 높고 발행 때 금리로 오래 이자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

대형지주들은 최근 상황을 염두에 두고 추가 자본확충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3천억원 내외의 후순위채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내 발행을 마칠 계획이고 우리금융지주는 시기를 조율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 유출입을 관리해야 하는 단기자금 조달과 비교하면 장기채를 통한 자본확충은 필요한 시기와 금리, 사업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국내 저성장으로 내년까지 금리 인하가 진행된다면 일부는 내년으로 미루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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