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은행채 거래가 확대일로다. 채권금리 상승에 글로벌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은행채로 만기를 조절하고 시장을 주시하는 대피처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연합인포맥스의 채권 장외시장 투자 주체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4565)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채(산업·수출입은행 제외)는 총 33조5천120억원 거래됐다. 전체 채권 거래의 5.6%를 차지했다.





은행채 거래는 지난 8월 30조원 초반대로 줄었다가 두 달 연속 증가세다. 같은 기간 국채의 거래가 186조8천억원에서 174조1천억원까지 축소된 점과 대비된다. 장내를 포함한 전체 채권 거래도 지난달의 거래량(595조7천억원)이 8월 수치(634조8천억원)보다 적다. 채권 거래가 이전보다 한산해졌지만, 은행채 수요는 늘어났다.

최근 은행채를 주로 사들이는 주체는 은행과 자산운용사다.

만기가 1년 내외인 단기물과 장기 후순위채 등을 담고 있다. 보험사들도 최근 발행이 늘어난 장기 후순위채에 일부 관심을 보인다.

지난 두 달 간 가장 많이 거래된 은행채는 기업은행이 발행한 2029년 만기의 후순위채다. 뒤이어 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국민은행의 단기채에 수요가 모였다. 신한은행이 발행한 이중상환채권(커버드본드)은 외국인에게도 거래되는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찾았다.

만기가 짧은 단기물과 초장기물에 거래가 몰리는 은행채의 특성이 최근 시장 상황과 맞물려 거래가 늘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진단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하에도 채권금리가 올라 이전만큼 자본이익을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불야성 같았던 국채 단타거래의 비중을 줄이고 단기물이나 초장기물로 만기를 조절하면서 시장을 지켜보는 형태가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고 3년물의 월평균 금리는 지난 8월 연 1.164%를 보였다. 9월 1.2%대 후반으로 올라간 이 금리는 이제 1.5%대까지 높아졌다. 금리 상승기에 만기가 짧은 은행채로 잠시 대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은행채는 신용등급이 높아 자산의 위험가중치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연말까지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내다봤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변동성이 불안해 안정적인 운용이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수익률을 맞추고 내년도 전망과 전략 등을 확정하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 안정을 지향하면서 운용하는 참가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은행채는 이런 운용전략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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