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융사와 핀테크사 간 지정대리인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보조금을 미리 지급한 사례가 발견됐다.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된 두 건의 계약이 보류된 상황이라 지급기준을 '계약체결 여부'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6일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9월 지정대리인 1차 지정을 시작으로 올해 9월까지 총 24건의 지정대리인 핀테크기업이 선정됐다.

10월 말 기준으로 총 10건의 금융사와 핀테크사 간 계약이 실제로 성사됐다. 연내로 4건의 계약이 추가로 체결될 예정이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지정대리인으로 지정된 24건 중에서 단 3건만이 실제 계약이 성사돼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도 14건이 아직 계약을 추진 중이다.

한 핀테크업 관계자는 "금융사의 본질 업무를 위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타당성과 법리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것들이 애초에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지정 이후 실질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검토되는 부분이 있어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문제는 보조금 지급 시점이다.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된 뒤 계약이 체결되는데 길게는 1년 넘게 걸리는 등 시차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보조금 지급기준이 계약체결 여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미리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위탁계약이 완료된 건은 3건이었지만 지정대리인에 대한 보조금이 지급된 것은 4건으로 위탁계약 건수를 넘겼다.

현재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되고도 계약이 보류 중인 경우도 두 건이나 있는 만큼 계약이 보류되거나 중단되면 보조금 환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조금 환수 과정이 복잡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보조금 환수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린 사례가 있어 애초 지급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작년에 잘못 지급된 어린이집 보조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한 구청이 소송에 휘말렸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로부터 안일한 행정 집행을 지적받으면서 패소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9월 기준으로는 보조금을 미리 받은 1개 기업도 현재 기준으로는 계약이 완료된 상태"라며 "계약을 체결한 계약서까지 보고 보조금을 지원하지는 않아 시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정대리인 위탁계약이 거의 임박했을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사실상 위탁계약을 체결한 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계약이 임박했다는 것은 사업과 관련된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라며 "혹여 임박했다고 한다면 실제로 계약이 되고 나서 지급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보조금은 특정한 지급 사유가 발생해야 주는 것"이라며 "보조금 지급기준을 지정대리인으로 지정된 시점으로 볼 것인지, 계약이 일어나서 업무가 이행될 때로 볼 것인지는 판단의 기준이지만 후자의 경우가 더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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