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새로운 '파월 풋'은 매·비둘기 혼혈
<뉴욕은 지금> 새로운 '파월 풋'은 매·비둘기 혼혈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9.11.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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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10월 30일 오후 2시(동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세 번째 25bp 금리 인하 결정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시장의 움직임은 잠잠했다. 연준의 결정은 금리 인하, 당분간 멈추겠다는 암시 등 시장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2시 30분.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가 좋은 위치에 있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다시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중요한'(material)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material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이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중간 주기 조정의 끝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기도 하다.

시장은 조심스럽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해져 달러는 올랐고, 이전 하락하던 주가는 보합권에서 등락했다. 미 국채수익률은 일제히 고점을 높이며 상승했다.

무난한 기자회견은 거기까지였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중 금리 인상이 있기 전에 상당한 인플레이션 상승이 필요하다는 시장을 흔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2%를 잠깐 터치했다가 다시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루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라도 하려면 그 전에 정말 상당한 인플레이션 상승 움직임이 지속한다는 것을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가 워딩이다.









글로벌 성장 둔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등 어두운 전망 속에서 연준은 금리를 더 내리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금리 인상은 다소 동떨어진 이슈였지만,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주가는 상승세로 확실히 방향을 돌려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마감했다.

내년 성장에 대해 낙관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에게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센세이셔널한 뉴스가 될 수 있다. 확대해 해석하자면 '파월 의장이 연준의 책임자로 있고 인플레이션에 통제 가능한 수준에 있다면 금리 인상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고려할 정도로 강한 성장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다.

이보다 시장이 반응한 건 안도감이라고 볼 수 있다.

월가의 한 시장 참가자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결론은 '나쁜 소식이 있다면 연준은 금리를 내리겠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요약했다. 이런 결론이라면 한 방향의 베팅이 확실해진다. 특히 주식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다.

월가에서는 곧바로 기다리던 '파월 풋'이 나왔다고 환호했다. 단기적으로는 매파였지만,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 스탠스를 보인 파월 의장이 이전보다 덜 직접적이지만 뚜렷한 메시지를 준 기자회견을 했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대단했고, 100% 옳았다는 블랙록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고, 달러는 강해졌다. 사상 최저치를 위협받던 미 국채수익률은 가파르게 올랐다. 물론, 이후 전해진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서명 등 타결이 가까워졌다는 기대도 작용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파월이 주가와 시장을 구해줄 것이라는 '파월 풋'을 번번이 배신해왔다. 쓸데없이 단정적인 말을 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고, 이 때문에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덜 말하는 게 더 낫다는 일종의 월가 컨센서스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는 대차대조표 보유 자산 축소를 '오토파일럿'이라고 말해 더 긴축적인 정책을 예고했고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 7월 파월 의장은 시장이 기대하던 연속 금리 인하 시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중간 주기의 조정'이라는 말로 금리 인하 결정을 규정했다. 이후 2번 더 금리 인하가 이어진 만큼 당시 중간 주기라고 규정하지 않았어도 됐다는 월가의 지적이 일었다.

분기별 기자회견이 아닌 매회의 기자회견으로 방침을 바꾼 파월 의장은 이제 올해 한 번의 기자회견만 남겨두고 있다. 시장은 말실수에 대비하는 식으로 기자회견에 적응했고, 파월 의장은 점점 더 원고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만큼은 줄어들지 않았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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