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2차관이 국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기획재정부가 술렁이고 있다. '설마 수출입은행장까지 예산실 출신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기재부 내부의 지배적인 평가가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방 은행장은 지난 1984년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2차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올해부터 시작한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제외하곤 사실 금융과는 연이 별로 없다.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수은행장을 보더라도 모두 기재부 국제금융국, 금융위원회 등을 몸담은 이력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수출입은행장 후보군도 당초 국제금융이나 금융정책, 경제정책통이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이러한 예상을 모두 깨버린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7일 "수은행장은 어떤 형태로든 금융정책을 하는 총괄하는 자리고, 그동안에도 관료든 민간이든 대부분 금융 분야의 인물이 선출됐다"며 "이번처럼 금융과 거의 무관한 은행장이 선임된 것은 의외"라고 평가했다.

이렇다 보니 기재부 안에서도 예산실 출신의 승승장구가 회자하고 있다. 예산실의 승승장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부터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인 김동연 부총리는 물론 현 홍남기 부총리도 예산실 출신이다.

더욱이 전통적으로 예산실 출신이 맡았던 2차관은 물론 그 아래의 1급과 국장들도 하나둘씩 예산실 '사람'으로 메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은 공석인 재정관리관을 포함해 얼마 전까지 1급 6명 가운데 4명이 이른바 '예산통'이었다. 비 예산실 출신의 1급은 세제실장과 국제경제관리관 정도다. 앞으로 진행될 인사 등을 고려할 때 기재부 내부에서는 예산실 출신 1급이 5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문성이 상당히 강조되는 국제금융이나 세제실도 이제는 예산실 영향에서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예정인 금융 관련 공공기관의 상당수도 예산실 출신이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예산실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우선 예산실은 예산을 다뤄야 하는 만큼 각 정부 부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다른 말로 조정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특히 예산 시즌만 되면 국회의원, 보좌관들과 접촉을 자주 하는 만큼 정무적인 감각이 높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독식하면 뒷말이 나오는 것처럼 기재부 내부에서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평소 예산청처럼 예산만을 따로 분리해 힘을 키우자고 주장하다가, 이제는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파워를 등에 업고 기재부에서는 물론 주요 공공기관장이라는 요직을 하나하나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최근 들어 기재부에서도 예산실을 선호하는 사무관이 부쩍 늘었다"며 "예산실의 확실히 강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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