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적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1년 1분기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7일 골드만삭스의 스펜서 힐 미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2020년 미국 경제 및 주요 리스크 전망' 세미나에서 "미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는 정점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나온 소식들을 종합해 볼 때 12월 15일로 예정된 중국산 수입품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관세나 부과 위협을 받은 관세가 모두 부과되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대폭 치솟게 되지만, 그럴 위험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는 2% 근처로 반등했고, 잠재성장률을 상회해 침체 위험을 줄이고 있다. 제조와 소비, 고용, 주택 등의 현재 경제활동 지표 예비치도 9월 1.2%에서 10월 1.4%로 반등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2021년 1분기까지 현재의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힐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정점을 이미 찍었다면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며 "연준 신호와 달리 시장은 추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업률이나 소매판매 등 실물경제지표(하드 데이터)와 기업과 소비자 심리지표 등 심리지표(소프트 데이터)가 엇갈리는 점에 주목했다. 소프트 데이터가 하드 데이터보다 훨씬 약하다.

그는 "조사지표에는 낙관과 비관이 섞여 있는데, 실제 성장률 변동을 과장하고 있다"며 "하드 데이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역 정책과 관련해 스펜서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과 관련한 지지도는 경제나 전반적인 부분과 비교할 때 낮다"며 "무역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가 있는데, 인플레이션의 급등을 막으며 관리 가능할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무역전쟁이 GDP를 0.6% 줄인다고 보고 있다. 이는 금융여건과 소비자 수입, 투자 불확실성 등을 통해 나타나는데, 타이트하지 않은 금융여건이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완화 기조로 돌아섰고, 내년 긍정적인 성장부양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주택시장에서는 금융여건의 완화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침체 위험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미 국채시장은 수익률 곡선 역전 등을 통해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고 경고하지만, 이는 기간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의 이유도 작용했다.

오히려 안정적인 신용스프레드, 건강한 민간 부분 금융여건, 잠잠한 근원 인플레이션 등이 침체 위험을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가 예상한 12개월 이내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30%를 하회하고, 24개월 이내 침체 가능성은 30%를 약간 웃돈다.

그동안 미국 경제 침체는 산업과 유가, 통화, 금융, 재정 등의 5가지 요인에서 발생했는데, 현재는 모두가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최근 둔화를 주도하며 우려를 키우는 제조업의 경우 GDP나 비농업 고용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폭 줄어 크게 비중을 둘만 한 부분이 아니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평가다. 유가의 경우 미국의 셰일 등으로 쇼크 가능성이 작아졌고, GDP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연준이 정책을 펼칠 여력이 많다. 민간부문은 재무적으로 대규모 이익을 기록 중이다. 금융위기의 시초가 됐던 상업용 부동산 등은 더는 과대평가돼 있지 않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4%나 3.0%로 올라갈 경우 과대평가되게 되지만, 현재는 이보다 낮은 상황이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재정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부채가 늘었고 적자가 심해져 경기 순환에 맞춰 재정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폭을 제한하고 있다.

힐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창출은 대체로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덜 둔화하고 있다"며 "매월 15만에서 17만5천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추세는 잠재 성장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가 생각하는 분기점은 10만명 미만이다.

그는 내년 실업률이 3.2%를 찍고 고용시장은 더 타이트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금증가율은 3분기에 3.3%를 기록하고 이후 점차 높아지겠지만 뜨겁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완전고용 속도로 여겨지는 3~3.25%를 상회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힐 이코노미스트는 기저 인플레이션이 1.8% 정도를 기록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를 밑돌지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오르지 않는 것은 글로벌화, 디지털화 등의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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