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9월 24일 오후 3시께 장 마감을 앞둔 시점, 잠잠하던 국내 채권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채권시장에서 사용하는 케이본드(K-bond) 메신저를 통해 정부가 출시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규모가 당초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루머가 빠르게 확산하면서다. 안심전환대출 관련 주택저당채권(MBS)의 발행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 채권시장은 몇 분 사이 강세에서 약세로 급변했고, 잠시 후 소문이 허위로 밝혀지자 이번에는 다시 약세에서 강세로 튀어 올랐다.

시장은 곧 정상화됐지만, 참가자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정황상 채권시장이 약세로 바뀔 것을 예상한 누군가가 악의적인 루머를 퍼트려 이익을 취하려 한 행위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미 MBS 수급 우려에 노심초사하던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가 앉아서 농락을 당한 셈이다.

채권시장의 공분(共憤)에 금융감독원은 연합인포맥스를 통해 사건을 살펴보겠다고 말했지만 사건 발생 당일 사실을 인지하고도 한 달이 넘게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9월25일 오후 1시36분에 송고한 '헛소문에 또 휘둘린 서울채권시장…"당국이 처벌해야" 부글부글' 기사 참조.)

최근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일반인의 주목도가 높은 사건에 윤석헌 금감원장까지 나서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것과는 너무나 딴판이다. 이를 보고 있자니 채권시장에서 일어난 사건은 다수 국민과 투자자의 이목을 끌지 못하기 때문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일어난다.

일반인의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채권시장의 중요성까지 낮게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국내 채권시장의 작년 기준 발행 잔액은 1천908조 원으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1천572조 원을 뛰어넘는다. 상장채권만 해도 외국인이 120조 원 넘게 들어와 있는 글로벌 시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채권시장은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를 소화해 나라 재정을 뒷받침하는 필요불가결한 역할을 담당한다.

소문이 퍼진 통로가 케이본드 메신저이기 때문에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루머의 근원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금감원도 증권사 몇 곳의 계좌를 점검하기는 했다고 한다. 시작은 했지만 그 이후 감감무소식이라는 점이 문제다. 채권 거래의 불공정 의혹과 관련해 당국의 처벌이 전무하다 보니 채권시장에서는 루머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이번 안심전환대출 루머 사건을 계기로 채권시장의 불법 행위가 제대로 처벌받고 시장의 투명성도 진일보하기를 기대해 본다. (금융시장부 한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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