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홍콩 사태가 서울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대외 재료로 부상했다.

1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약세에 머물던 국채선물은 오후 3시경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20여분이 지나자 강세로 전환했고, 오후 3시 30분쯤에는 10년물 기준 전일 대비 36틱까지 상승 폭을 넓혔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급반등 요인으로 홍콩 사태를 지목했다.

홍콩에서는 전일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자, 분노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사태가 격화됐다.

급기야 외국계 기관과 거래가 잦은 시장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계엄령이 내렸다는 소문이 장 후반부에 급속히 확산했다.

이에 달러-위안,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치솟았고 중국 증시는 약세 폭을 확대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로 작용했다.

시중은행의 한 스와프 딜러는 "홍콩 계엄령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퍼졌다"며 "소문 확인이 되지 않자 유튜브를 통해 홍콩 실시간 거리 모습을 찾아보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후 계엄령이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 재료에 채권시장이 출렁이자 참가자들은 추이를 지켜보며 향후 발생 가능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분위기다.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지만, 중국군 개입과 계엄령 발동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홍콩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홍콩 사태가 대규모로 확산하지는 않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권 센터장은 "100만 명 이상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는 없는 가운데 소규모 평화 시위와 일부 과격 형태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현 상황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홍콩 사태가 격화된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서는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안전자산 선호에 강세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에 약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맞섰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홍콩 항셍 지수가 빠지는 등 일단 국내 채권시장에 강세 재료로 작용할 것이다"며 "다만 미·중 무역 협상이라는 큰 재료를 남겨두고 있어서 파급효과는 제한될 것이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홍콩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면 외국인이 홍콩뿐만 아니라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이탈할 수 있다"며 "최근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를 줄인 것도 우려하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전일 10년 국채선물(좌)과 달러-위안 환율(우) 추이]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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