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홍콩'이 다시 불거졌다.

연말에 들어서면서 '태평성대'로 하향 안정화되는 듯했던 달러-원 환율이 급격한 숏커버링으로 튀어 올랐고 롱 심리가 재차 우세해진 상황이다.

12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전일 서울환시 장 마감 30분 전 14억 달러 이상의 물량이 나오면서 '숏스퀴즈'가 발생해 빠르게 3~4원가량 속등한 데 이어 장중 종가 수준에서 마무리해 달러-원이 긴 양봉을 만들었다.







<달러-원 환율 전일 틱차트>

홍콩 항셍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62% 급락했고 리스크오프가 강해지면서 그간의 원화와 위안화 강세가 되돌려진 영향이다. 전일 항셍지수 낙폭은 지난 8월 5일 이후 가장 큰 폭의 낙폭이었다.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결정된 중국의 대(對)홍콩 강경 정책 이후 홍콩 사태는 이전과는 다른 색채를 띠게 됐다.

특히 시위 참가자 1명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위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영상이 SNS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해 시위 격화와 공권력의 과잉 진압 문제가 금융 시장의 불안으로까지 이어졌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홍콩 사태를 주시하며 단기간 롱포지션이 우세해지겠으나 이후 미국 측의 반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상원의 홍콩 인권법안 통과와 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여부가 사태 방향성을 가늠할 주요한 실마리가 되는 셈이다. 다만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데다 미중 관세 합의 타결 여부가 시장의 주요한 테마인 만큼 미국 측이 당장 인권 문제를 언급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국 하원은 홍콩 정부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외교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인권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상원도 이를 통과시킬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법을 승인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홍콩 정부가 하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 데 이어 상원에서까지 인권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전처럼 중국 인권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를 깨진 않을 것으로 보이고 홍콩 내부에서도 중국 본토 출신이 많아서 시위가 성공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경찰의 탄압이 계속되고 있으나 홍콩 내부에서도 여론이 일방적이지 않아 서방 세계에서도 개입할 명분이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어제 홍콩 뉴스로 급격한 숏커버가 나왔지만 지금 상태는 미국이 홍콩 사태에 대해 인권 문제를 언급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해 보인다"며 "관세 협의도 걸려 있어 당분간 미국이 이를 묵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시 전문가들도 홍콩 사태가 단기간에 진화되기보단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겠으나 시장의 불안 재료로 더욱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상원의 홍콩 인권법 통과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합의에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중요한 의제인 만큼 아이오와 등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의 유권자를 의식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지적에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홍콩 문제는 미국의 대응과 중국의 대응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며 "미국의 홍콩 인권법은 하원 통과 이후 상원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팜벨트 등지에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의원들이 꽤 있어서 연내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서구 사회가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 이외에 홍콩에 대한 제재까지 가기에는 장벽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날도 달러-원 환율 흐름은 장 후반부 포지션 정리 여부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홍콩 사태에 따라 어제 장 후반부에 가격 변수가 움직였는데 사태가 봉합되기보단 계속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학습 효과가 있어 크게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으면 가격 변수로는 제한될 것으로 보이나 이날 추가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장 후반부 가서 포지션 정리하는 쪽이 많아 보인다"며 "초반부터 추세를 타기보다 이슈를 주시하면서 후반부에 방향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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