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 증권사들과 기업을 막론하고 자사주 매입을 주주가치를 높이려고 시도하는 게 눈에 띈다.

SK는 지난달 전체 발행 주식의 5%인 보통주 7천2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고 이마트도 지난 8월부터 9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신영증권 등 증권사들도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해 의지를 보이는 곳들도 많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는 지난 9월 자사주 3천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계열사들의 임원들도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도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신영증권 오너 일가인 원종석 대표이사 부회장,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이사, 최석종 KTB투자증권 대표이사도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도 자사주를 사들인 CEO(최고경영자)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가 부양책이다. 기업이든 임원이든 자사주를 사들이면 장내에 유통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책임경영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고 주주행동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이 원했던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소수다. 자사주 매입 초기엔 주가가 오르는 듯하다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본연의 가치로 수렴하게 된다.

하락기에 주가 방어의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은 자사주 매입 규모로 시장의 힘을 이기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오히려 적자를 면피하는데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주주들의 비판 공세를 조금이라도 무마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건 펀더멘털 그 자체다. 매출과 이익이 얼마나 늘었고, 앞으로 얼마나 비전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주주 자본주의 발전 측면에서 자사주 매입의 긍정적 효과를 무시할 순 없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려는 기업들의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요즘같이 시장이 어려울 때 자사주 매입이 '언 발의 오줌 누기' 식의 대응책이 돼선 곤란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단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보다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를 원할 것이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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