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웅진그룹과 넷마블 간 웅진코웨이 인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넷마블이 뒤늦게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 데다, 최근 불거진 노조 문제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과 넷마블은 당초 11일 SPA를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일주일가량 미뤘다.

넷마블의 실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지난달 14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한 달이 넘도록 SPA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늦어도 이달 중으로 SPA 체결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인수가격 등 세부적인 조건 협의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예비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본입찰에 깜짝 등장했다. 지난 9월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SK네트웍스와 가전업체 하이얼,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그룹과 베인캐피탈만 숏리스트에 선정됐다.

이들 후보가 실사 과정을 거치면서 초반에 인수 의사를 접고 대부분 불참을 선언, 매각 무산 우려도 나왔으나 넷마블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넷마블은 상세 실사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천억원 중반대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했다. 주당 9만9천원가량으로 웅진이 빚을 다 갚고 남는 수준이었다.

시장에선 넷마블과 웅진그룹이 가격 등 충분한 합의가 먼저 이뤄졌기에 가능했던 베팅으로 보고, 딜 클로징까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넷마블이 뒤늦게 실사를 진행하면서 가격 인하 요인이 발견됐고, 양측이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세부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코웨이를 제대로 실사하지 않은 상태로 인수를 결정했다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본입찰에서 제시한 인수가격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나온 것이다.

예를 들어 웅진코웨이 설치·수리 업무를 맡는 CS닥터들의 정규직 전환 소송 등 노사문제도 매각가 하락 요인이다.

웅진코웨이 노동조합은 CS닥터들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6월 CS닥터 퇴직자들이 웅진코웨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며 CS닥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웅진코웨이는 항소한 상태인데 향후 법원 결정에 따라 1천500여명의 CS닥터를 직접 고용할 경우 넷마블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전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웅진코웨이 인수 진행 현황과 관련해 "현재 실사 중이며 확정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노무 이슈가 거래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딜이 매각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을 통해서가 아닌 웅진과 넷마블 오너일가 간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 만큼 최종합의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해도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웅진코웨이가 워낙 큰 조직이기에 실사 과정에서 새로운 가격 변동 요인을 발견하고 세부 합의까지 이뤄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며 "웅진그룹도 재무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번 매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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