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은행과 은행지주사 주식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할 수 없게 한 규제가 완화되면 국민연금이 투자를 확대할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은행과 은행지주사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완화되면 국민연금이 배당수익 등을 노리고 은행과 은행지주사 지분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국민연금이 은행주 투자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이 단일 종목 지분율을 크게 늘리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 은행주 투자 '큰손'

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에 120조3천억원을 투자했다. 전체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7.3%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포트폴리오는 전기·전자 30.2%, 금융업 17.9%, 화학 9.1%, 서비스업 7.5%, 운수장비 7.1%, 유통업 4.4%, 의약품 3.9% 등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은행주 투자를 확대할지에 관심을 나타냈다.

최근 은행주 관련 규제를 완화해 국민연금이 은행주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 및 은행지주사의 PBR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과 은행지주사의 주가순자산 비율(PBR)은 0.42배"라며 "2011년부터 9년째 1배를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과 은행지주사의 과반수가 국민연금기금이나 정부기관의 소유"라며 "은행주 투자성과가 좋지 않으면 기금 안정성이 저하된다. 투자성과는 국부와도 직결된다"고 했다.

이어 "은행주가 저평가된다는 것은 시장에서 국내 은행산업을 밝게 보지 않다는 의미"라며 "자본시장의 큰 손인 은행의 경영이 어려워져 자금중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금융시장에서 '돈맥경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따라서 은행주 PBR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주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은행과 은행지주사 주식 보유제한 대상에서 국민연금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법 제15조에 따르면 동일인은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법 제8조에 따르면 동일인은 은행지주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은 KB금융지주(지분율 9.50%), 하나금융지주(9.89%), 신한금융지주(9.38%) 최대주주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예금보험공사(18.32%)에 이어 2대 주주(8.18%)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지주 67.69%, 신한금융지주 67.29%, 우리금융지주 30.32%, 하나금융지주 70.55%다.



◇ 국민연금, 은행주 투자 확대할지 놓고 의견 엇갈려

시장에서는 은행주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국민연금이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은행과 은행지주사의 안정적인 배당수익률과 향후 PBR 상승 가능성 등을 감안해 일부 은행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며 "하지만 규제가 있어 지분율을 더 이상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규제가 풀리면 국민연금이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은행주 배당시즌 때 (높은 외국인 지분율에 따른) 국부유출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연합인포맥스의 배당정보(화면번호 8152)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지주 배당수익률은 4.12%, 신한금융지주는 4.03%, 하나금융지주는 5.21%다. 지난 2월 재상장된 우리금융지주는 배당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

반면 규제 완화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은행주 투자를 적극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단일 종목 지분율을 크게 확대한 적이 없다"며 "지난해 말 기준 국내주식 투자종목 중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가장 높은 것은 13%대"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은행주 관련 규제가 풀려도 국민연금이 은행주 투자를 크게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이 은행주 투자를 크게 늘리면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며 "국민연금이 이를 피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은행주 투자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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