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정부의 재정 확대 방침이 국고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은행과의 완화 정책 공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 주체의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은의 통화정책 자체는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7월과 10월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 금리 인하에도 시중은행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와 코리보 등 지표 금리는 최근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AAA' 등급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8월 16일 1.301% 저점을 기록한 뒤 전일 1.868%까지 상승했고, 코리보 금리도 8월 20일 저점 이후 오르는 추세다.



<코리보 3개월(검정),6개월(초록),12개월(빨강) 금리 추이>



지표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3.31%로 전월대비 12bp 상승했다. 이 가운데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금리는 각각 3.42%, 3.02%로 전월대비 모두 10bp씩 올랐다.

금리 상승의 원인에는 글로벌 금리 상승,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전망 약화 등 다른 요인도 있지만, 정부의 재정 확대 방침에 따른 국고채 물량 증가 우려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와 한은이 모처럼 이뤄낸 폴리시믹스(재정 확대+통화 완화)가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은 고위 관계자들은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았다면 시중 금리가 더 올랐을 텐데 이를 조금 낮추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며 "채권시장에 영향은 있겠지만 구축효과라고 하면 투자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말하는데 이 정도 금리 상승에 투자가 위축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와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재정·통화 모두 더 완화적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구축효과는 정부의 확대 재정정책으로 이자율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투자가 줄고 총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들이 체감하기에도 현재 금리 수준이 경영에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 10월 한은이 제조업체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애로사항 순위는 내수부진(25.3%), 불확실한 경제상황(18.2%), 수출부진(9.8%) 순이었고, 자금 부족이라고 대답한 비중은 7.6%에 그쳤다.

다만 전문가들의 긍정 평가는 애초에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부정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은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사이클의 하방을 완화하거나 완만한 회복세를 만들어냈는데 한국은 통화정책 효과를 검증하지 못했다"며 "지난번 금리 인하 사이클의 5차례 기준금리 인하도 경기를 부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경제는 그대로 내버려 두면 자기실현적 반응을 보인다"며 "침체의 공포 자체가 침체를 깊게 만드는데 기준금리 인하가 이를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도 기대인플레이션의 급락을 방어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7%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바 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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