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번에는 금융감독당국이 튼튼하게 외양간을 고칠 수 있을까. 파생결합증권(DLS, DLF) 대규모 투자손실 사태에 대한 얘기다. 금명간 금융감독당국은 고위험 금융상품, 즉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DLF 사태를 두고 금융감독당국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증권 현장판매 점검, 일명 '미스터리쇼핑'을 통해 파생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미온적으로 대응한 게 대규모 손실을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과거에도 유사한 형태의 파생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사례가 있었으나, 그때와 마찬가지로 소를 잃고 나서야 다시 외양간을 고치기 때문이다.

기왕 고치는 것이라면 제대로 고쳐야 한다. 해외에서 발생한 파생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사례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DLF 사태의 제재와 대응 방향을 2000년대 초중반 홍콩에서 생겼던 '미니본드' 사태가 주목받는 이유다.

홍콩에서 불완전판매 문제를 일으켰던 미니본드는 한국의 신용연계채권과 유사한 구조로 설계됐다. 기초자산들의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지거나 부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예금이자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하지만, 기초자산에서 신용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원금 전액손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DLF와 닮았다.

당시 미니본드의 원발행사는 리먼브러더스였고, 판매는 홍콩의 주요 상업은행이 담당했다. 은행들은 4만3천명의 투자자에게 상품을 팔았는데, 원금손실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리먼브러더스의 부실로 미니본드 상품에서 투자손실이 생기자, 홍콩 금융감독당국은 상업은행의 권유인이 설명의무과 같은 투자 권유 규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중국은행과 교통은행 등 홍콩의 16개 은행에 돈을 날린 투자자 약 3만명에게 약 1조원 정도를 보상하도록 했다. 실제로 65세 미만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원금의 60%, 65세 이상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원금의 70%를 각각 반환했다.

손해배상 명령과 함께 홍콩 금융감독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안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핵심위험 사항과 수수료 등을 포함한 핵심투자설명서 교부, 가입 후 일정 기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 전 숙려제도 도입, 상품위험 등에 대한 주의사항과 함께 고객과의 소통내용 등의 기록 보관, 판매업자에게 녹취 의무 및 3개월간 보관 의무 부여 등이었다. 불완전판매의 사전 규제를 한층 강화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파생금융상품이 투자자의 주요한 재테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인 고금리 메리트 등으로 예금을 대신해 사실상 예금상품과 비슷하게 판매되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급변동할 경우 DLF와 마찬가지로 손실이 발행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파생금융상품 불완전판매가 재발하지 않도록 규제를 다듬고, 사후적으로는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는 등 해외사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DLF 사태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금융회사로만 돌리고, 금융감독당국의 칼날이 금융회사로만 집중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불완전판매는 판매회사가 책임져야 하지만, 금융소비자도 고수익의 이면에는 투자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투자의 자기 책임 원칙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금융감독당국이 관련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는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시는 소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쳐야 할 때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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