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3만4천개에 달하는 소송 증거 파일을 인멸한 정황이 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조기 패소판결 등 고강도 제재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메일을 통해 소송 관련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14일 밝혔다.

LG화학이 ITC에 제출한 증거목록에 따르면 LG화학은 ITC 영업비밀침해 제소에 앞선 2017년 10월과 올해 4월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후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12일 사내 75개 관련 조직에 삭제지시서와 함께 LG 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 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75개 엑셀 시트에는 3만4천여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돼 있었다.

LG 화학은 이중 SK00066125 엑셀 시트가 삭제돼 휴지통에 있던 파일이며, 이 시트에 정리된 980개 파일 및 메일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데도 SK이노베이션이 단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이에 ITC는 지난달 LG화학 및 소송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며 이례적으로 포렌식을 명령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ITC의 명령에도 SK00066125 엑셀 시트 1개만 조사했다.

또 나머지 74개 엑셀 시트는 ITC나 LG화학에 알리지 않고 지난 9월 말부터 자체 포렌식을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이 지난달 SK이노베이션 직원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LG화학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와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 모독 행위를 근거로 ITC에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리거나, SK이노베이션이 LG 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예비결정단계까지 진행되지 않고 바로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진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LG화학 관계자는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 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5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