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금융당국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한 경영진 제재를 두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고려해 제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경영진 제재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이번 DLF 판매사 경영진에 대한 제재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이 검사 결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위 여하와 관계없이 책임지게 하겠다고 해서 (제재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는 상품의 제조나 판매과정에서 나타난 내부통제 위반사항과 실패에 대해 경영진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법상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할 의무만 규정해놓고 있다.

김태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없는 것을 새로 만든 만큼 통과가 안 된 상황에서 제재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며 "지금 진행한 감독원 검사 결과는 별도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기준과 위험관리 기준을 지키지 않아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했다면 최고경영자(CEO)와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에게 최고 해임요구에 해당하는 제재도 할 수 있다.

금감원이 지난 두 달 간 실시간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현장 조사에서는 DLF 상품판매에 있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핵심성과지표(KPI) 목표치를 영업부에 과도하게 설정했고,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로 보일만 한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KEB하나은행 역시 상품선정위원회의 부실 운영과 과도한 영업 목표 부여 등이 문제가 됐다. 금감원 검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 결과에도 책임 소지를 누구에게 둘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회사는 경영진 개인에 대한 제재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상품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 전결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떠나 행장을 겨냥하는 것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라는 뜻"이라며 "영업 현장의 상황을 세세히 알 수 없는 행장에게 모든 사안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DLF 사태가 은행권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큰 데다 소비자들의 손실로 이어진 경우도 많은 만큼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DLF 사태는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시스템이 오작동한 결과이고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그에 대한 책임을 뜻하는 것"이라며 "제재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은행권 모두가 경종으로 삼아야 하는 일임은 확실하다"고 귀띔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고민도 크다. 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CEO에게 둬야 한다는 스탠스를 고려하면 CEO도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강경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우리은행의 근본적인 경쟁력 축소를 지적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자료를 임의로 삭제한 KEB하나은행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을 포함한 고강도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이 길어지고, 향후 제재 절차가 길어지면서 경영진에 대한 제재 요구가 힘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방향성을 잡지 못할 정도로 고민이 크다"며 "단시간 내에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내년 상반기 안에 제재 절차가 모두 마무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6시 3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