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584억원에 잔여지분 취득…내년 상반기 소각 나설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오렌지라이프를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신한금융지주가 은행권 처음으로 자기주식 소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간 매입한 자사주를 활용해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칫 희석될 수 있는 양 사 주주의 가치를 모두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전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40.85%를 전액 주식교환 방식으로 취득하기로 했다.

주식 교환 비율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13일)과 최근 1주일, 1개월의 산술평균가를 적용해 1:0.6601483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는 주당 2만8천608원, 총 9천584억원(3천350만주)에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을 획득하게 된다.

앞서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59.15%를 2조2천989억원(주당 4만7천400원)에 인수한 것을 고려하면 전체 지분을 사들이는 데 3조2천573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이번 주식교환으로 오렌지라이프 주주에게 이전되는 주식은 신한지주가 보유한 자사주와 발행이 예정된 신주다.

지난해 9월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와 주식매매계약(SPA) 계약을 체결하며 주식 교환 목적으로 2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올해 5월에도 4천억원의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번 지분인수에 드는 비용이 약 9천584억원임을 고려하면 6천억원은 자사주로, 나머지는 발행 신주로 조달하게 된다.

전일 이사회에서는 이번 주식교환 과정에서 발행되는 신한지주 신주 규모 한도에서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최대 3천584억원에 달하는 주식 소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신한지주가 선택한 자기주식 소각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등 다른 산업군에서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지만, 그간 국내 은행지주가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사례는 없었다.

주식 소각은 자사주 매입과 함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손꼽힌다. 소각으로 전체 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간 금융지주들이 숱하게 자사주를 매입했으나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지 못한 건 거시환경 변수와 함께 오버행 이슈에 따른 수급부담 탓"이라며 "자사주 매입 후 소각처리가 일반화된 미국 등과 달리 국내에선 소각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각이 현실화한다면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한지주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추가 지분을 취득할 때 주로 활용하는 공개매수를 하지 않았다. 이때 매수가격은 시장가에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어 책정된다.

통상 M&A에서는 이 프리미엄이 적절히 책정됐는지를 두고 인수기업과 피인수 기업 주주 간 잡음이 발생한다.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책정될 수밖에 없어서다.

신한금융은 이런 논란을 해소하고자 공개매수가 아닌 주식교환을 선택한 뒤 자기주식 소각까지 진행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지주 가치를 올려 양사 주주 모두에게 프리미엄을 주겠다는 뜻이다. 공개매수 방식을 선택할 경우 오렌지라이프 주주에게만 부여될 프리미엄을 신한지주 주주에게도 나눠준 셈이다.

대신 신주를 내년 1월 발행함으로써 오렌지라이프 주주에게 기말 배당을 보장했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배당수익률은 8.74%로 보험업권에서 가장 높다. 지난 8월에는 중간배당(800원)도 했다. 이를 포함한 올해 배당수익률은 약 8%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주주의 가치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금융사의 자본정책 운용이 중요해졌다. 주주환원을 제고하고 소수 주주까지 보호할 수 있다면 최선이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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