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가 지표를 적용하는지에 따라 실질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금통위 내 의견 대립은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1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조동철 금통위원은 지난 8일 한국금융연구센터 토론회에서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터키와 멕시코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조 위원이 올해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적용해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1~10월 전년대비 물가 상승률은 0.4%로, 이를 명목 기준금리 1.25%에서 제외하면 0.85%의 실질 기준금리가 도출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의 최근 12개월(작년 10월~올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8%고, 기준금리는 1.50~1.75%다. 실질 기준금리를 구하면 마이너스(-)0.3~-0.05%로, 조 위원의 말처럼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
반면 매파 금통위원들은 다른 물가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국내물가가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는 있으나,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대 초반을, 그리고 경기민감물가지수는 1%대 초중반을 나타내고 있어 글로벌 물가추세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1.1%를 나타냈고, 3분기에는 1.3%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구한 실질 기준금리는 각각 0.15%와 -0.05%다. 소비자물가를 대입했을 경우보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크게 완화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7월 금통위에서 단독 동결 소수의견으로 의견을 밝힌 이일형 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금융불균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약화되고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의 조사에서 나온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7%로, 이를 적용한 실질 기준금리는 -0.45%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공개 자료를 토대로 "이일형 위원은 서베이 지표(기대 인플레이션)를, 조동철 위원은 최근 평균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누계 소비자물가)을 추세로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질 기준금리를 구하기 위해 어떤 물가지표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완화적인지, 긴축적인지 여부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금통위 내 의견 대립은 기준금리 동결 전망으로 이어진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임지원 위원의 (10월) 소수의견이 나오고 나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중립적으로 변했다고 본다"며 "아직까지 내년 중 기준금리 동결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리스크를 본다면 내년 하반기 인하 리스크가 더 크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상승률 | 실질 기준금리(기준금리-물가) | |
소비자물가 | 0.4%(1~10월) | 0.85% |
관리물가 제외 근원물가 | 1.1%(9월) | 0.15% |
기대인플레이션 | 1.7%(10월) | -0.45% |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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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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