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금융감독당국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가 크레디트 채권시장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 상품운용부서가 크레디트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 전체 채권시장 거래 규모는 1천741조원이다. 이 중 증권사 간 매매가 991조로 전체의 57%를 차지한다.

증권사의 채권 거래 규모는 국고·통안채뿐 아니라 은행채 및 카드채, 회사채 등 다양한 부분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채와 기타금융채의 매매 비중도 50% 수준까지 높아져 있다.

증권사 채권 운용부서 중에서도 상품운용북이 크레디트 채권을 주로 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채권운용부서보다 상품 운용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절대금리가 높은 크레디트 채권 투자에 자유로운 편이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ELS 원금 북 등 증권사 상품운용부에서는 크레디트 채권 중에서도 카드채 등을 많이 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 운용부서가 크레디트 채권시장의 큰손인 만큼, 이번 규제가 크레디트 채권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채권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파생결합증권(DLS) 원금손실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크레디트 채권시장은 한 차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8월 20일 송고한 'DLS 롤오버 '제로'에 대비하라…증권사 상품 북 포지션 조정중' 제하 기사 참고)

사모펀드 규제로 은행 신탁에서 팔던 사모펀드가 증권사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증권사는 은행보다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모펀드시장 전체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금융당국의 규제가 크레디트 채권시장의 큰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지않아도 연말에는 크레디트 채권 스프레드가 확대되는데, 그 폭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통상 연초에는 자금이 유입되면서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좁혀지지만, 이번 규제로 채권 매수처가 쪼그라들면서 스프레드 축소를 내다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상품운용북에서 크레디트 채권을 주로 담는데, 규제로 크레디트 시장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만기 상환 이후 재투자가 어려워지게 되면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지는 않겠지만, 시장은 미리 반영하는 측면이 있어서 시장 상황을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통상 연말에는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벌어진 후 연초 자금이 다시 들어오면서 스프레드가 좁혀지는데, 규제 이슈로 연초 스프레드 축소를 전망하고 투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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