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내년도 저물가 저성장 기조가 지속할 경우 0%대 기준금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다수의 전문가는 지난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에 시장금리가 급등했지만,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는 1.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후에는 실효 하한 논쟁이 추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 1.0%까지는 무난한 인하…0%대 '가보지 않은 길' 변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두 차례의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저물가와 저성장 등 국내 펀더멘털 불안정성이 인하를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 심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얼마나 안정될지 여부가 추가 인하에 중요하다"며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여전히 완화 유지를 필요로 하는 데다 유휴생산능력도 부진하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하반기부터 정부의 재정투입 영향력이 감소하고 정부와의 정책 공조 차원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7월경 기준금리 1.0%로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기준금리가 0%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연구원은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소비자물가가 최근 0.5% 전후로 낮아지면서 실질 기준금리는 오히려 높아졌다"며 "낮은 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고착화될 경우 실질적인 통화 완화 효과를 내기 위해 기준금리를 1.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1.25% 동결이나 1.0%로 인하는 어느 정도 반영된 가운데, 경기가 계속 부진해 0.75%로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면 시장금리는 이를 선반영해 제로금리라는 '가보지 않은 길'로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채권 공급 부담 지속…국고채 스프레드 주목

한편 내년도 국고채 및 공사채 발행량 증가, 안심전환대출용 주택저당증권(MBS) 20조원 발행 등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수급 이슈가 채권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금리가 지난 2005년 초와 같이 공급 부담으로 인해 급등한다면 구축 효과로 인한 물량 조절 가능성도 제기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연합뉴스TV 대담에 출연해 "역시 국채를 포함해 채권에 대한 공급이 늘어나서 이러한 구축 효과 비슷한 게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상훈 연구원은 "월평균 국채발행은 올해 8.3조원에서 내년 10.8조원으로 증가하게 된다"며 "매월 2.5조원의 공급 증가 속 수요의 흡수 여부에 따라 수급 측면의 금리 영향이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투자 주체들의 월평균 국채 순매수는 9.1조원으로 단순하게 국채 수요가 올해보다 적을 경우 금리에는 상승 요인이 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험사와 연기금 등에서 장기 구간 채권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눌려있던 수익률 곡선은 장기 영역에서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현금 흐름이 노령화 등에 따라 '0' 또는 마이너스를 보이는 중이다"며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보험사의 현금흐름이 약화하면서 향후 초장기 채권의 매수 여력의 감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채권 비중은 중기 자산 배분 상 꾸준히 감소 중이다"며 "내년도 운용 계획상 국내 채권 비중은 현재보다 3%포인트 이상 감소한 41.9%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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