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의 실업률이 반세기래 최저 수준임에도 임금상승률과 나아가 인플레이션이 저조한 이유는 이직률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예일대학교의 주세페 모스카리니 노동 경제학자는 최근 연구에서 고용시장의 이직률이 실업률보다 임금, 인플레이션, 생산성을 보여주는 더 좋은 경제지표라며 이직률을 들여다보라고 조언했다.

지난 몇 년간 실업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필립스 곡선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은 중앙은행이 당혹해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하락함에도 이직률은 거의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모스카리니의 설명이다.

근로자가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할 때는 평균 4%가량의 연봉 인상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직률이 낮다는 것은 몸값을 올릴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임금상승률이 크게 오르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스카리니는 "중앙은행들이 이직과 사람들의 선호에서 드러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크리스 피사리데스 노동 경제학자도 "임금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이다"라며 "실질적인 이직이든, 혹은 이직 가능성이든, 이직률이 하락하면 생산성과 임금 상승률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2009년 10월 미국 실업률은 10%에서 지난 9월까지 3.5%까지 6.5%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이직률은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1분기 미국 근로자들의 이직률은 5.8%로 2006~2007년 수준과 비슷하다. 미국의 이직률은 2000년에는 분기당 7% 수준까지 올랐다가 2009년에는 분기당 최저 3%까지 하락했다.

미국의 임금 상승률은 지난 10월 기준 전년동기대비 3%로 금융위기 이전인 4% 이상이나 2000년대 초반 5% 이상보다 여전히 낮다.

모스카리니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은 임금상승률의 평균 40%를 이직을 통해 달성했다.

호주 재무부 소속 연구원들도 이직률이 1%포인트 오르면 평균임금이 0.5%포인트 오른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호주 역시 2000년대 초반 11% 근방이던 이직률이 최근 8% 수준으로 하락했다.

영란은행에 따르면 영국의 이직률은 금융위기 이전을 회복했으나 여전히 1970년대와 1980년대 기록한 고점인 25~30%를 밑돈다.

영국 역시 실업률이 반세기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임금은 10년 전의 수준보다 낮다.

낮은 이직률은 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부진한지를 설명해준다.

이직이 잦으면 임금이 오르고,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직률이 둔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신기술과 글로벌화 등으로 경제가 빠르게 변하면서 근로자들의 경계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직은 대체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그만큼 위험도가 크다.

경력자는 기업이 힘들어지면 가장 먼저 해고될 상대로 지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대한 어려움도 이직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카고 대학의 스티븐 다비스 연구원은 고령화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더 나이 든 근로자들은 지리적으로 덜 이동하며 직장을 관두길 더 꺼리거나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길 꺼린다"며 "배우자의 고용, 아이, 자가 여부 등도 나이 든 근로자들의 이직을 낮추는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고용시장의 규제가 증가한 점도 이직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은 면허가 필요한 일자리 비중이 작년 기준 22%로 1950년대의 9%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이직을 위해서는 더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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