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우성문 통신원 = 미 증시에서 성장주 대신 가치주에 투자하는 전략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현재 뉴욕 증시에서 펀드매니저와 개인투자자들은 순자산 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은행, 제조업 관련 기업들과 같은 가치주를 매수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S&P500지수 가치주 지수는 12% 상승했다. 성장주보다 더 많이 오른 것으로, 2013년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기도 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캐터필러,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등이 수혜주로, 지난 3개월간 이 종목들은 모두 20% 넘게 상승했다.

특히 지난 9월부터 시작됐던 이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최근 들어 가속하고 있다.

가치주 강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통상 가치주가 강세를 나타낼 경우 이와 같은 상승세는 금방 잦아들곤 했다.

최근 10년간 이어진 활황장에서 가치주는 성장주 대비 부진했지만, 몇몇 투자자들은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최근 발표된 투자 지표에 따르면 리세션 우려는 줄었다. 기업 순이익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도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치주가 매우 매력적인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BMO캐피털마켓의 브라이언 벨스키 수석 투자 전략가는 "가치주와 성장주 밸류에이션 갭은 2018년 중반 이후 가장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이후 계속 벌어지고 있다"면서 "가치주가 저렴해졌다"고 말했다.

BOA의 전략가들 역시 "가치주는 모멘텀주와 비교했을 때 매우 저렴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저평가가 심했던 적은 2003년과 2008년으로 당시 가치주는 모멘텀주를 각각 22%포인트, 69%포인트 상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가수익비율(PER)을 살펴보면 금융주는 향후 12개월 실적 대비 12.6배, 산업주는 16.9배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술주와 다른 전반적인 지수는 각각 20.6배, 17.6배 수준을 기록 중이다.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의 로널드 템플 이사는 "지난 5년간 성장주는 가치주를 망가뜨렸다"면서 "이제는 가치주와 성장주 차이가 이상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BOA의 설문조사에서도 230명의 펀드매니저 중 3분의 1이 넘는 매니저들은 "가치주가 향후 12개월간 성장주보다 더 훌륭한 수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10월 설문조사 때보다 21% 높아졌다. 2007년 이후 가장 급격한 월간 변화라고 BOA는 전했다.

AQR캐피털매니지먼트의 클리포드 애스니스 공동 창립자는 "지난 2년간 가치주의 하락은 비이성적이었다"면서 "펀더멘털이 악화한 것도 아니었지만 투자자들이 성장과 모멘텀 주에 집중하며 가격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전략가들은 가치주가 저렴한 수준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 경제 상황 개선, 무역 및 기업 순이익 개선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또 가치주가 지속 가능한 로테이션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인들이 꼭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골드만삭스의 아담 어그레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극도의 경제 불확실 시대에 살고 있는데, 경제 전망이 더 괜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방어주와 성장주를 빼고 더 위험성이 있는 자산을 추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어그레스 매니저는 "펀드도 운송과 반도체, 게임회사를 추가했고 유틸리티, 부동산, 필수소비재를 팔았다"면서 "이는 모두 개선되는 경제로 인해 혜택을 받는 종목들이고 지난 몇 주 전만 해도 높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반영됐던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BOA는 최근 펀드매니저들이 이번 달 들어 은행주로의 투자 배분을 늘렸다고 전했다.

이튼 밴스의 성장펀드 담당 루 피안테도시는 "향후 18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미국의 대형 은행주에 투자하는 것이 현재 시장에 가장 현명하게 투자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sm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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