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약 3조3천억원을 들여 오렌지라이프를 완전히 품는다. ING생명(現 오렌지라이프) 인수전이 시작된 7년 전보다도 싼 가격에 32조원의 자산을 가진 생명보험사 '빅딜'을 마무리하게 됐다.

여기에 인수합병(M&A) 과정의 주식교환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자사주 취득으로도 이익을 남겨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최근 주당 2만8천608원, 총 9천584억원(3천350만주)에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40.85%를 전액 주식교환방식으로 취득하기로 했다.

앞서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59.15%를 2조2천989억원에 인수한 것을 고려하면 전체 지분을 사들이는 데 3조2천573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 "3.4조 안 넘긴다"…반대파에 약속 지킨 조용병

시장에서는 '싸게 잘 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2년 ING생명 한국법인이 매물로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은 21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이 회사의 적정가격을 3조4천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당시 한동우 회장 시절이던 신한지주는 비싸다는 이유로 고민 끝에 인수전에 불참했다. 새 주인이 된 MBK파트너스가 6년 뒤 주당 5만원을 요구하며 재매각에 나섰을 때도 비싸다는 주장은 유효했다.

생명보험사 인수가 절실했던 조용병 회장의 가장 큰 장애물은 내부의 반대였다. 시간이 흐르고 ING생명의 자산가치는 커졌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전체 인수가격이 3조4천억원을 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강경했다.

조용병 회장은 1년간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주당 4만7천400원을 주고 ING생명 59.15%를 인수했고, 그 사이 오렌지라이프로 사명이 바뀐 ING생명은 올해 2월 신한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오렌지라이프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8월에는 2만3천6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인수계약 체결시점으로부터 31%,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인수가 기준으로는 5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금리 하락이 장기화하고 강화된 규제에 어려워진 영업환경이 부각되면서 보험업 전반에 대한 저평가가 심해졌다.

신한지주는 잔여지분 취득 시점을 당겼다. 추가 금리하락을 고려하면 더 싼 가격에 완전 자회사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어느 정도 주가가 방어되는 시기를 선택한 것은 오렌지라이프의 소액주주 때문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의 배당 성향은 68.49%로 업권 내 최고인 만큼 연말까지 주가가 더 내리지 않은 선에서 주주들이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다. 앞서 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주가 하락에 대한 항의서한이 도착하자 오렌지라이프의 자사주 매입 규모를 500억원으로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 자사주 매입도 '투자'…처분이익으로 오렌지라이프 주식 샀다

대신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공개매수 없는 주식교환을 선택했다.

통상 공개매수는 편입되는 회사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프리미엄이 붙는다. 실제로 KB금융지주는 2017년 39.81%의 지분을 보유한 KB손해보험과 52.02%를 보유한 KB캐피탈을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웃돈을 얹었다. 당시 공개매수가격은 KB손해보험이 주당 3만3천원으로 직전 종가 대비 17.9%, KB캐피탈은 주당 2만7천500원으로 7.8% 높게 책정됐다.

이미 59.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한지주에 오렌지라이프 주식교환이 소규모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공개매수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반대로 신한지주 주주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렌지라이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4배지만, 신한지주는 0.51배에 불과한 상황에서 시장의 평가가 더 좋은 오렌지라이프에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데 기존 주주의 불만을 살 수도 있어서다.

주식교환 이후에는 자기주식을 소각해 전체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지주 주주 모두에게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흔히 자사주는 M&A 과정에서 주식교환에 활용된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9월 주식매매계약(SPA) 계약 체결 당시 주식 교환 목적으로 2천억원, 올해 5월에도 4천억원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두 번에 걸쳐 사들인 6천억원 규모의 자사주(1천388만2천62주) 평균 매입가격은 4만3천221원. 주식교환 비율에 따라 오렌지라이프와 교환하는 신한지주 주식가격이 4만3천336원임을 고려하면 주당 115원, 약 16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자사주 처분이익으로 오렌지라이프 주식을 16억원가량 사들인 셈이다.

보험업계에선 이미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지주가 남는 장사를 했다고 평가한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특수채와 수익증권 등을 포함한 오렌지라이프의 금융자산은 약 1조6천억원이다. 만기 보유증권까지 고려하면 채권평가이익만 따져도 3조원이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보유 중인 우량자산과 견고한 지급여력(RBC) 비율, 그리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 여력도 보험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한지주의 자사주 소각이 현실화하면 은행권에서는 최초"라며 "마땅한 M&A 매물이 없어 자사주가 쌓여있는 KB금융도 소각을 타진할지 관심이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자사주 처분이익을 남겼다는 점은 단순한 주식교환에 일종의 투자 개념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신선하다"면서 "지난해 지분 60%에 2조3천억원의 인수가를 두고도 가격 적정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는데 최종 인수가가 3조3천억원으로 확정되며 오버페이 우려를 씻어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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