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금융소비자에게 문턱을 낮췄던 사모펀드는 4년 만에 다시 규제 강화로 되돌려졌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가치가 금융권의 화두로 재차 부상한 탓이다.

금융소비자 관련 단체 등은 이번 DLF 관련 대책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도 비판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DLS 발행 잔액은 40조4천억원이다. 이중 86%(34조7천억원)가 사모 형태다.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사모 DLS는 15조원이 넘는 실정이다. 최근 개인투자자에 막대한 손실을 일으킨 독일·영국·미국금리 연계 DLF는 이러한 원금 비보장형·사모 DLS를 편입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모펀드는 지난 2015년, 최소 투자금액과 설립·운영·판매에 대한 규제가 완화하면서 대폭 성장했다. 약 4년 만에 이러한 모습이 일부 되돌려졌다. 사모펀드 일반 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을 3억원으로 상향하고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사모펀드 등을 은행과 보험사가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금융당국이 내놨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와 금융 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기본 원칙을 내세웠지만,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비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최소 투자금액을 올린 것은 문제가 터졌을 때 발생할 피해자 수를 줄이는 정도지 피해자의 손실을 줄인다는 점과는 무관하다"면서 "상품 선정과 판매에서 제도를 어겼을 때 어떤 보상이 있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것들이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도 운영을 잘못했을 때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은행권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 등도 명확하지 않다"며 "이런 부분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면 DLF 사태는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홍콩은 미니본드 사태 때 일괄배상 명령을 내렸지만, 우리나라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맡기고 있다"며 "우리·하나은행이 DLF 판매한 금액이 1조원가량인데 징벌적 과징금이 아니라 판매 부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금손실 가능성을 두고 모호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규정하기보다 금융투자상품 위험등급을 활용하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사법당국에 맡기지 말고 금융상품의 사기 여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은행에 사실상 원금 비보장형 상품 판매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사회적 요구에 전전긍긍이다.

자산관리(WM)를 내세워 비이자이익 확대를 늘리는 전략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부 금융소비자들의 높아진 금융투자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하고 정책금융에 대한 측면 지원이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해 WM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며 "특정 은행의 사례로 전체 은행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된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다른 은행 임원은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을 신탁에 담아서 팔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ELS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공모 상품이지만, 신탁 자체가 사모 형식이다"며 "이런 논리면 사실상 은행의 신탁은 죽은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판매하지 못했을 때도 은행은 돈을 벌었다"며 "이번 DLF 사태에서 보면 상품을 설계·헤지한 외국계 투자은행(IB)이 가장 많은 수수료를 가져갔는데, 이 부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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